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포럼]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이미 실패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10/2019100102102369061002[1].jpg "[포럼]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이미 실패다")
경제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지난 8월의 고용동향에서 찾은 것인가? 지난 8월 전체 취업자는 1년 전에 비해 45만2000명 증가했다. 이런 통계를 잘못 읽으면 고용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취업자 숫자만을 보고 좋아할 수가 없다. 60세 이상이 전체의 86.5%에 이르는 39만1000명 증가했지만 경제활동의 중추인 30·40대와 양질의 제조업, 금융·보험업의 일자리는 줄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8월의 취업자는 취업자 증가가 거의 없었던 2018년 8월과 비교한 숫자다. 다시 말해 기저효과에 힘입은 바 크다. 주 36시간 이상의 '풀타임' 일자리는 줄고 '초단기' 일자리는 늘어나고 있다는 건 또다른 고용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올해까지 3년간 일자리 예산 77조원을 투입한 결과가 이렇다. 늘어난 것은 노인 알바 일자리와 공공부문 일자리였고, 막힌 것은 청년들의 앞길이었다. 제대로 된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았다.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기업규제, 법인세 인상 등 일자리 만드는 기업을 옥죈 결과다.
일자리도, 복지도 세금 풀어 해결하려고 하면 국가재정은 거덜이 난다. 국가부채 걱정 없다고 하는 것은 빚내서 흥청거리며 허풍떠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온갖 복지지출에 더해 고교 무상교육도 올해 2학기 3학년인 학생부터 시행했다. 선거법이 개정되면 그들이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가 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선거용 정책이다. 내년에는 고2, 2021년엔 전 학년으로 확대한다는 정부·여당안이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통과됐다.
재산세 부담은 '재산세 폭탄'이라고 할 정도로 늘어난다. 집값이 뛴 것은 잘못된 정책 탓인데도 늘어난 부담은 주택소유자의 몫이 된다. 재산세는 미실현 수익에 대한 과세다.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 소득이 없거나 감소하는 계층의 고통은 커진다. 자기 집을 갖고 있으면 늘어나는 보유세로 뜯기고, 집을 팔면 양도세·거래세로 또 뜯긴다. 앉아 있어도 쏘고 움직여도 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디 피할 곳도 없다. 재산세만이 아니다. '준조세' 성격인 고용·건강·국민연금·산재 등 사회보험료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돈 푸는 포퓰리즘과 소득주도성장정책의 청구서를 국민들이 받고 있고, 특히 서민과 중산층의 삶은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는 내리막이고 내년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한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장기불황의 긴 터널에 들어섰고 빠져나올 탈출구가 안 보인다. 세계는 법인세 인하 등 친(親)기업정책으로 기업 기(氣)살리기 경쟁을 벌인다. 우리는 반(反)기업·친(親)노조 정책이다. 국내기업들의 국내투자는 지난 다섯 분기 연속 감소하는 반면 해외투자는 올 1분기에 141억1000만 달러, 2분기에 150억1000만 달러로 두 분기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사실상의 '한국 탈출'이다. 최근 민주당 10여 명 의원이 기업과 소통을 강화하려고 전경련을 방문했다가 노동계가 오해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 다음날 노동계에 사과했다. 이런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는데 기업이 날갯짓 하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고용도 분배도 실패했다. 빈곤층은 더 빈곤해지고 중산층은 무너지고 있다. '세금주도 성장', '노인주도 성장'으로는 안 된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이미 실패다. 문제투성이 탈(脫)원전정책도 계속할 건가. 미래를 여는 정책, 기업 활력을 부추겨 일자리 만드는 정책,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으로 선회하지 않으면 한국경제에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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