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동향분석팀장
![[포럼] 미약한 경기반등 신호, 규제가 망쳐선 안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10/2019101102102369660002[1].jpg "[포럼] 미약한 경기반등 신호, 규제가 망쳐선 안된다")
먼저 경기순환 사이클에 근거한 기대감이다. 국내 경기 흐름이 상당히 긴 25개월간 하강 국면인데, 이제는 저점을 형성하거나 곧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2013년 3월부터 2017년 9월의 경기 정점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기간은 총 54개월이었다. 사상 최장의 경기 확장 기간이었다. 그러나 체감도는 크지 않았고 경기 정점도 높지 않았다. 정점 이후 하강 국면도 완만하고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과거 하강 국면 기간을 보면 평균적인 하강 기간은 18개월이었다. 가장 길었던 기간은 1996년 3월부터 1998년 8월까지 29개월간의 하강기, 2002년 12월부터 2005년 4월까지 28개월간이었다. 이번 하강 국면에서 경기 저점이 멀지 않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다음은 수출 시장의 경기선행지수 흐름이다. OECD 국가들과 중국의 경기선행지수 흐름에 반등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경기선행지수 흐름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저점을 형성한 이후 반등하고 있다. 중국의 OECD 경기선행지수는 한국보다 통상 3~6개월 정도 선행하는 경향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OECD 경기선행지수는 올해 3~4분기에 저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경기 회복 엔진이 돌아갈 여건은 형성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반도체 경기다. 조심스럽지만 회복 조짐이 보인다. D램 거래가격이 하락세를 멈추고 최근 2개월째 동일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올해 하반기 들어 보유 중인 재고가 대폭 소진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까지 D램 재고 소진이 이뤄지면 2020년에는 신규 투자가 증가하면서 업황이 개선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반도체 시장 전망 기관인 WSTS(World Semiconductor Trade Statistics)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은 2019년 -13.3%에서 2020년에는 4.8%로 반등할 것이 전망된다. 한국의 세계 점유율이 높은 메모리반도체 시장 성장률은 2019년 -31.0%에서 2020년에는 5.5%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 편중이 막대한 점을 고려하면, 그동안 부진했던 반도체 경기의 부정적 영향은 뒤로하고 이제는 회복의 긍정적 영향을 활용해야 하는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설비투자 선행지표다. 우리나라 수출 시장 1위 국가 및 1위 품목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이 보인다면 내수 경기 중에서는 기업의 설비투자 부문에서 희망을 찾고 싶다. 현재 설비투자 동행 지표는 부진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설비투자의 선행지표격인 자본재 수입액 및 국내 기계수주액 등에서는 미약하지만 회복세가 보인다. 2018년초부터 2019년 4월경까지 감소세였던 국내 기계수주액은 5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자본재 수입액은 여전히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감소폭은 줄어들고 있다.
미약하지만 일부 희망 시그널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중요하고 급한 것부터 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더 이상의 경기 위축을 막고 회복세를 조금이나마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재정집행률을 계속 최대치로 유지해 정부 지출의 성장에 대한 기여도마저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의 경기 추락을 막기 위해 정부지출이 필요하다면 경기 반등을 위해서는 투자가 회복돼야 한다. 기업의 설비투자 부문에서 보이는 희망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규제 개혁을 좀 더 과감히 해야 한다. 기업은 누가 시킨다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이 있어도 가능성이 있으면 시장을 개척하고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2017년 중후반 이후 나타났던 경기 하강 원인이 수출과 투자 부진이기 때문인 점을 고려하면, 경기 반등 또한 수출과 투자 회복에서 찾아야 한다. 아픈 곳을 치료해야 한다. 진짜 아픈 곳, 덜 아픈 곳, 어디를 먼저 치료하겠는가. 덜 아픈 곳만 집중 치료하는 사이에 진짜 아픈 곳이 암덩어리로 변하게 놔두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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