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미국발 액상 전자담배 쇼크가 국내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권고한 데 이어 주요 편의점들도 판매 중이던 액상 담배 카트리지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GS25와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들은 KT&G의 시드 툰드라, 쥴(JULL)의 트로피칼·딜라이트·크리스프 등 액상형 전자담배 카트리지 4종의 발주를 중단했다. 지난 23일 보건복지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공식 권고하면서 이뤄진 조치다.
앞서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논란이 되면서 국내에 시판 중인 제품에 대해서도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큰 문제로 보지는 않았다. 미국에서 문제가 된 액상형 전자담배는 액상 대마(THC)나 비타민E 아세테이트 등의 물질이 포함된 제품인데 국내에서 판매되는 액상형 전자담배에는 이런 물질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사용 중단'을 권고한 뒤 주 판매처인 편의점들이 판매 중단을 선언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권고'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퇴출 선언'이 된 셈이다.
현재 국내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를 이용하는 흡연자는 전체의 1%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간 전자담배 이용자는 대부분 아이코스를 비롯한 궐련형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난 7월 쥴이 출시됐고 KT&G도 베이퍼를 내놓으며 액상형 전자담배 이용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안정성이 보장된 KT&G나 쥴의 제품을 건드릴 것이 아니라 시장에 만연한 불법 액상 카트리지를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많은 액상형 전자담배 이용자들은 타격감 등을 이유로 불법 액상 카트리지를 인터넷으로 구매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 본사들이 판매 중단을 선언하면서 점주들이 보유한 재고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현재 편의점 본사는 판매는 중단하지만 점포에 있는 제품의 반품은 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점주가 재고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CU의 경우 현재 점포에 있는 잔여 제품은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미 릴 베이퍼나 쥴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경우 4만여원을 주고 구매한 기기를 쓸 수 없게 된다. 결국 이들이 위험성이 더 높은 불법 카트리지를 구매하거나 궐련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높인 것이란 우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암을 유발한다는 의심이 있지만 일반 궐련만큼 확실한 연관성이 밝혀진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지금같은 방향성은 결국 흡연자들을 기존 궐련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 밖에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