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침대 사태'를 계기로 자연 방사성물질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지하수나 토양 내 기준치 이상으로 포함된 라돈을 저감하기 위한 연구개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라돈, 우라늄과 같은 자연방사성물질이 암석 등 다양한 지질학적 요인에 의해 발생함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적 연구개발과 분석 등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7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국내 지하수와 급수시설에서 라돈, 우라늄 등이 기준치 이상으로 초과 검출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를 저감하기 위한 기술개발 방안과 안정성 확보 기준 마련 등에 연구역량을 모으고 있다.
라돈은 국제암연구센터(IARC) 지정 1군 발암물질로, 호흡기를 통해 폐암을 유발하는 원인물질로 알려져 있다. 반감기가 3.82일로 짧고, 무색 무취 무미의 불활성 기체이지만, 붕괴 과정에서 알파 입자를 발생해 인체에 유해하다. 퇴적암 지형보다 화강암 지형에서, 지표수보다 지하수에서 라돈 함량이 더 높다.
지질자원연은 지하수 라돈 저감장치를 개발, 기술이전을 통해 현장 적용을 위한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이길용 박사팀이 개발한 '무동력 지하수 라돈 저감장치'는 외부 전력 공급 없이 지하수에 함유된 라돈을 약 90% 이상 제거할 수 있다. 지하수가 물탱크로 들어갈 때의 수압을 이용해 수차를 돌리고, 그 수차의 회전력으로 환풍기를 작동시켜 지하수 속 라돈을 공기 중으로 방출시켜 제거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무동력장치이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시설비가 적게 들어 경제적이다. 현재 충남 논산, 경북 상주 등에 관련 기술을 이전해 다양한 지하수 시설을 대상으로 현장 적용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현장 맞춤형 수준까지 기술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지하수를 음용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는 도서 및 산간지역 상수도 시설에 확대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국내 환경에 맞게 라돈 수질을 관리하고, 라돈 수치 기준을 확립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20년 이상 조사한 연구를 토대로 국내 지하수 라돈 수질 기준을 원수가 지하수인 정수시설에 대해 1ℓ당 149Bq(베크렐)을 감시 기준으로 정했으며, 연 2회 검사주기를 규정해 환경부 고시를 통해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지하수 라돈의 수질기준 항목 지정 여부 등을 포함한 자연방사성물질의 최적 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국내 자연방사성물질 분포 조사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화강암의 기반암에서 방사성 붕괴 생성물의 농도가 높고, 지각과 같이 큰 규모의 구조지질(지구조) 작용에 의해 형성된 단층계의 경우 라돈과 같은 자연방사성물질 발산을 더욱 촉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김성원 지질자원연 지질연구센터장은 "앞으로 우리나라 기반암 상부토양과 단층계에서 발생되는 우라늄 라듐 라돈 토륨 포타슘 등 자연방사성물질의 통합 관리를 위한 전국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환경부, 과기정통부 등 다부처 협력을 통해 자연방사성물질의 위해성 평가 기준의 가이드라인 확립을 위한 기획연구도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자연방사성물질로 대표되는 자연환경인자의 안정성 확보와 기준 확립, 지속적인 연구개발 및 모니터링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적·법적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복철 지질자원연 원장은 "우리나라는 화강암 지대가 많아 지하수에 라돈 함량이 상당히 높다"며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다양한 지질자원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강화를 통해 보다 신뢰성 높은 정보와 성과를 내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지하수, 토양, 지질 보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