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첫날부터 의미 있는 결과가 있어 고무적입니다. 첫 참가인데, 해외바이어들의 호응이 높아 유럽시장에 대한 수출기대가 커졌습니다."
14일 오전 10시 홍콩 완차이 컨벤션전시센터(HKCEC)에서 열린 2019 홍콩추계전자박람회에 참가한 헬스케어업체 스트릭 오환경 대표이사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진동과 미세전류를 이용한 근육 마사지기 'M1'을 개발, 해외판로 개척에 나선 오 대표는 이날 마사지기 세계판매 1위 영국업체와 현장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상당수의 글로벌 업체들로부터 투자제의를 받는 성과도 있었다. 스트릭은 내달 국내 공식 론칭을 예정한 상태다.
바로 옆 부스에서 "한국관 인기에 힘입어 덩달아 저희도 오늘 여러 성과가 있었다"고 말을 보탠다. 육아용품 자외선 살균기업체인 프라임테크 김윤주 대표다. 이 회사는 2015년 설립됐으나 그동안 어떤 경로로 판로를 확대해야 할지 몰랐다. 김 대표는 "전자기기 판매에 있어 홍콩은 시험대와 같다"며 "구매력지수가 높은 국가인 만큼 홍콩 무대에서 인정받으면 해외 수출 활로가 열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오환경 스트릭 대표가 부스에 찾아온 외국인 바이어에 자사 제품인 M1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홍콩= 차현정 기자.
김윤주 프라임테크 대표가 자사 제품인 육아용품 자외선 살균기기를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홍콩= 차현정 기자.
◇코트라 등 기관 및 지자체 마케팅 지원도 '큰 몫'=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이 '아시아판 CES'라 불리는 '홍콩추계전자박람회'에 참가해 세계 각국을 상대로 우수 IT 기술을 알리며 호평을 받았다.
홍콩무역개발위원회(HKTDC)에 따르면 지난 13~16일 홍콩 완차이 컨벤션전시센터(HKCEC)에서 열린 2019 홍콩추계전자박람회에는 전 세계 141개국 4700여개 기업이 참가했으며 해당 국가의 6만7000여 바이어가 참관한 것으로 27일 집계됐다. 특히 올해 한국에서는 코트라가 구성한 한국관에 유진로봇, 레이젠 등 21개사가 참가한 것을 비롯해 총 73개의 한국 업체가 참여해 다수의 기업이 현장에서 계약추진 실적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3개사)·광주테크노파크(11개사)와 안양창조산업진흥원(5개사), 경북경제진흥원(4개사) 등이 지원했으며 대전테크노파크(4개사), 한국금형산업진흥회(3개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광주지부(6개사),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2개사) 등이 포함됐다. 이밖에 루헨스 등의 기업도 별도의 개별관을 구성해 참가했다.
코트라의 경우 한국관 내 홍보관을 마련해 현장 상담과 행정지원 서비스를 지원했으며 한국관 참가업체에 실질적인 구매력을 갖춘 지역 바이어와 직접 상담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참가 업체들의 마케팅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 코트라 해외전시팀 권태헌 대리는 "여러 기관과 지자체 등과 한국관의 한국 제품을 알리는데 도움이 되도록 최대한 지원했다"며 "흥행을 끌어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홍콩의 시위로부터 국내 기업의 안전 문제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3일 열린 제39회 홍콩전자박람회와 제23회 전자아시아가 4일간의 박람회 기간 약 4300명의 참가기업과 6만7000명의 참관객을 유치한 끝에 16일 성공적으로 폐막했다. HKTDC 제공.
◇참관객 62% "한국은 성장잠재력 가장 큰 전통시장"= 실제 박람회에 참가한 전 세계 참관객들은 한국을 성장 잠재력이 가장 강한 전통시장으로 꼽았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62%가 한국을 성장잠재력이 가장 강한 전통시장으로 꼽았고, 이어 대만(55%)이 뒤를 이었다. 신흥시장의 경우 중동(80%)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69%)이 가장 큰 유망주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미래 전자산업 전망에는 보수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5%는 2020년에 전체 매출이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고, 25%는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17퍼센트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기는 향후 가장 큰 잠재력을 발휘할 것으로도 조사됐다. 미래 제품 트렌드를 주도할 분야를 묻는 질문에 참가자의 75%가 향후 2년 이내 AR과 VR 기기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며, 이 중 모바일이나 온라인 게임은 시장 잠재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응답자들은 전자제품이나 전기제품(18%)에 대해 가장 낙관적이며, 오디오 비주얼 제품(16%)과 컴퓨터와 주변기기(12%)가 모두 지난해보다 훨씬 유망한 것으로 나타났다.내년 홍콩 5G 네트워크 출시를 앞두고 처음 선보인 5G 전시관도 박람회에서 인기를 끌었다.
현장에서 실제 거래가 성사된 건도 많았다. 5G 전시관을 장식한 MiNiSV 홀딩 케빈 류 대표는 "박람회 첫 참가다. 첫날 약 5000개의 제품군으로 구성된 10개 이상의 주문을 받았다"며 "아일랜드와 스페인, 인도 바이어들이 주됐으며 모니터 3000대를 산 아일랜드인 바이어도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벤처캐피털 회사인 VIISA는 박람회에서 스타트업 존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았다. 푸크 응우옌 수석 프로그램 매니저는 "스타트업존이 가장 흥미로웠고 홍콩과 영국의 4개 스타트업을 발견했는데 평균 투자금액은 각 벤처 당 약 20만 달러"라고 말했다.
◇홍콩 시위 사태도 잠재운 6만7000여 참관 열기= 8만7000명이 찾았던 지난해에 비해 대략 2만여명이 줄어드는 등 홍콩 시위 사태는 박람회에도 영향을 끼쳤다. 주말을 중심으로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는 만큼 박람회 참가 기업 감소와 매출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던 게 사실이다.
홍콩추계전자박람회 첫날인 13일 한산한 모습. 홍콩= 차현정 기자.
이번 박람회 참석이 7번째라는 한 홍콩기업 관계자는 "노쇼(No Show) 부스를 처음 본다"며 "중국 기업을 중심으로 노쇼 부스가 많고 이 전시회의 가장 큰 손인 중국인 바이어는 거의 절반 이상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박람회에 참가한 많은 기업과 참관객은 이 상황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최악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홍콩의 사회불안이 염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년에 걸쳐 모이는 전세계 전자 애호가 모임이기에, 정치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다.
행사 첫날인 일요일 이후 관람객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카탈루냐에서 온 바이어 호세 바요는 "핸드폰 악세서리 기업 5곳과의 미팅이 있어 참가했는데, 시위 걱정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며 "과거 홍콩 거주 경험이 있어 이 나라가 치안에 있어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다 지금 내 나라가 겪고 있는 상황과 몹시 비슷한 이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바이어로 참가한 툰카이 터키 굴쿠 보안시스템 대표 또한 "어댑터와 케이블, 전문 야외 카메라를 찾아 4개의 신뢰할 수 있는 공급업체를 찾을 수 있었고 5만 달러 상당의 현장 주문도 함께 했다"며 "그는 최근 홍콩의 상황이 가을 전자 박람회 방문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홍콩은 여전히 사업을 하기에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로 39회째를 맞는 홍콩추계전자박람회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가전제품박람회(CES)와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세빗(CeBIT)과 함께 세계 3대 전자전문전시회로, 참가사 기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첨단 기술력으로 무장한 세계의 중소기업들이 참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전자박람회로, 매년 봄과 가을 2차례 열린다.
홍콩무역개발위원회(HKTDC)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본토간의 무역 마찰과 홍콩에서의 계속되는 사회 불안에도 불구하고, 쌍둥이 전자 박람회와 관련 행사는 차질 없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벤자민 차우 HKTDC 부사장도 "홍콩 플랫폼을 통해 전시업체와 구매자를 위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HKTDC의 비즈니스 매칭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구매 미션을 조직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3일 열린 제39회 홍콩전자박람회와 제23회 전자아시아가 4일간의 박람회 기간 약 4300명의 참가기업과 6만7000명의 참관객을 유치한 끝에 16일 성공적으로 폐막했다. 사진은 이번 박람회를 주최한 HKTDC 관계자들. 홍콩= 차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