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포럼] `양자기술强國` 못 될 이유없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11/2019110102102369061001[1].jpg "[포럼] `양자기술强國` 못 될 이유없다")
지난 여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일본의 반도체 분야 핵심소재 수출규제 조치가 시행된 지 벌써 100일이 지났다. 그동안 국내 기업과 기술자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불화수소'는 100% 국산으로 대체하였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고순도 불화수소도 조만간 국내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지배적이다.
이번 기회에 국내에서 소재공급의 선순환 체계가 구축되었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이다. 불화수소에 이어,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으로 꼽았던 극자외선용 감광제(PR)와 폴리이미드 소재도 빠른 시간 내에 우리 기술로 자립하길 기대해 본다.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세계 최고', '세계 최초'라는 용어는 우리와는 관계없는 과학기술 선진국들의 전유물로만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제법 많은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표적 기술 우위 분야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동통신을 포함한 ICT 분야가 그렇다. 기술의 패러다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는 시점을 기회로 삼아 선진국들보다 집중적인 연구개발을 수행하여 지금의 성과를 이루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아날로그 TV의 절대 강자였던 일본 소니가 디지털 시대 전환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반면, 후발 주자였던 삼성이 디지털 기술에 대한 과감한 기술개발과 투자를 통해 디지털 TV를 선도하는 것이 좋은 예일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이러한 기술 전환기가 도래할 것이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는 이전 사례를 통해 좋은 교훈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최근 구글, IBM,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알리바바, 화웨이 등 미국과 중국의 거대 기업들은 차세대 기술 패권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기술 선점 목적으로 초기 성과들을 발표하고 있다. 그들이 모두 집중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양자 정보통신 기술(Quantum ICT)이다. 양자 분야의 전통적인 강자인 유럽에서도 기초연구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진행하면서, 그 결과를 양자산업으로 연계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매우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빠르게 발전하는 여러 기술들 속에서 양자(Quantum)라는 과학기술이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는 전조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양자과학 기술과 산업에 대해 국가적 육성·지원의 법적 기반 마련을 위한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가칭 ICT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정보통신 정의에 '양자응용기술'을 추가해 양자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국가가 양자정보통신 기술에 대해서 연구개발 사업 지원은 물론, 전문 인력양성, 국제표준화 지원까지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또한 연구개발 측면 뿐 아니라 건전한 양자 생태계 구성을 위한 각종 과제에 대한 내용까지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세계적으로 양자 기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가장 많은 관심과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미국은 2018년 9월 '양자정보과학 국가전략' 수립과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법'(National Quantum Initiative Act)을 양당 공동 발의를 통해 제정하여 양자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우리나라도 여야 구분 없이 30여명의 의원이 공동발의 했다는 점에서 빠른 시간 내에 개정안 통과가 기대된다. 현재 과기정통부에서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진 다양한 양자과학기술 진흥정책들까지 완성된다면 양자 기술이 접목된 차세대 정보통신 기술 발전을 위한 튼튼한 토대가 구축되는 것이다.
국가적 역량을 집결하여 지원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완성되었으니 이제는 양자과학기술 연구자들이 나설 때다. 그동안 충분치 않은 연구 환경에서 묵묵히 기초연구를 진행해온 과학자들, 최근 선진 연구기관에서 전문성을 쌓고 속속 국내로 복귀하고 있는 신진 연구자들, 그리고 공학자들은 이제 함께 어우러져서 시너지를 발휘하여야 한다.
과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기술 전환기 때 우리가 했던 것처럼, 곧 다가올 양자기술로의 전환기를 우리나라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양자기술은 경제, 사회, 문화 등 인간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줄 기술이며, 현재의 정체된 경제적 상황을 타개 할 수 있는 핵심성장 동력기술이다. 이 기술은 세계의 주인공으로 우뚝 설 수 있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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