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시즌3·4 담당PD 투표 조작 인정 '구속'
커지는 엠넷 서바이벌 불신… '아이돌학교'도 수사 대상에 올라
논란 불구 새프로그램 '십대가수' 강행… 일각 "아이즈원·엑스원 해체는 꼬리 자르기"
커지는 엠넷 서바이벌 불신… '아이돌학교'도 수사 대상에 올라
논란 불구 새프로그램 '십대가수' 강행… 일각 "아이즈원·엑스원 해체는 꼬리 자르기"
엠넷(Mnet)을 오디션의 강자로 만드는 데 일조한 두 명의 PD가 투표 조작을 시인했다. 지난 5일 '프로듀스' 시리즈로 아이돌 오디션의 전성기를 이끈 안준영 PD와 오디션 프로의 원조격인 '슈퍼스타K' 시리즈를 연출한 김용범 총괄 프로듀서(CP)가 나란히 포승줄에 묶여 구속됐다. 이들이 구속되면서 '프로듀스' 제작진은 물론 윗선인 엠넷과 CJ EMN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수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두 PD의 구속은 '프로듀스48'(프로듀스 시즌3)과 '프로듀스x101'(프로듀스 시즌4)를 통해 배출된 프로젝트 그룹 아이즈원과 엑스원에도 치명타를 입혔다. 특히 아이즈원은 11일 발매 예정이었던 첫 번째 정규 앨범 '블룸아이즈(BLOOM*IZ)'를 무기한 연기했다. 선판매된 앨범은 모두 환불 조치에 들어갔으며, 예정됐던 쇼케이스와 컴백쇼도 취소됐다. 더불어 MBC 예능 '마이리틀텔레비전 V2'과 tvN 예능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에서 통편집 또는 결방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각종 광고, 방송 출연, 영화 개봉 등이 줄줄이 중단되면서 아이즈원의 향후 활동에 적신호가 켜졌다. 스타의 컴백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팬들은 충격에 빠져 '탈덕'(어떤 분야나 사람에 대해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그만둠) 사태가 벌어졌고, 급기야는 '조작 그룹'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휘청이는 아이즈원과 달리 엑스원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은 느낌이다. '투표 조작 논란'에도 엑스원은 10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K-POP 페스타 인 방콕' 스케줄을 감행했다. 16일에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19 브이라이브 어워즈 V하트비트'에도 정상적으로 참여해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활동을 전면 중단한 아이즈원과는 다른 행보지만, 그렇다고 비난의 화살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경찰조사에서 안준영 PD는 '프로듀스48'과 '프로듀스x101'을 조작한 건 사실이지만 '프로듀스' 시즌 1, 2는 조작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프로듀스' 시즌1·2는 아이오아이와 워너원을 배출한 시즌이다. 두 그룹이 큰 인기를 끈만큼, 해당 시즌에 대한 조작이 있을 경우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엠넷의 또 다른 프로그램 '아이돌학교' 등이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고 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엠넷은 또 다른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이번엔 십대가수를 뽑는 오디션이다. 당연히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그럼에도 엠넷이 오디션 프로를 고집하는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당초 엠넷은 음악 전문 채널로 출발했다. 대중적 사랑을 받는 채널로 급부상하기까지 오디션 프로의 공이 컸다. '슈퍼스타K'를 통해 오디션의 부흥을 이끈 엠넷은 이후 '보이스코리아',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고등래퍼', '댄스9' 등을 통해 오디션 전문 채널로 자리매김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오디션 프로의 영향력에 있다. 지난 10년간 대중은 쏟아지는 오디션 프로를 겪으며 이 포맷이 한물갔다고 했다. 그러나 올 초 방영됐던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의 성공은 오디션 프로가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종편 사상 이례적인 시청률(최고시청률 18.1%)을 달성한 '내일은 미스트롯'은 트로트 신드롬까지 일으키며 대성공을 맛봤다. '오디션 원조' 엠넷이 보기엔 다소 배 아픈 성공이다.
옆 방송국의 흥행을 본 엠넷은 다시 한 번 오디션 프로에 사활을 걸었다. 내년 초 방영되는 '십대가수'를 통해 다시 한 번 10대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각오다. 이 프로가 열풍을 일으킬지는 미지수다. 다만 10대들이 선망하는 아이돌 스타가 사실은 제작진들의 입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걸 알면 더 이상 엠넷을 소비할지는 의문이다.
김지은기자 sooy09@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