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포럼] `타다`와 택시 공존할 수 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11/2019111302102369660001[1].jpg "[포럼] `타다`와 택시 공존할 수 있다")
반면 '타다'측은 여객운수사업법 시행령의 11~15인승 렌터카는 대리기사를 쓸 수 있다는 조항에 의거, 관련 당국의 승인을 받아 1년 이상 영업을 해왔는데 이제 와서 문제를 삼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가 안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19세기 말 영국에서 시행된 '붉은 깃발법'을 떠올린 사람은 필자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마차와 마부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새롭게 등장했던 증기자동차 운행을 규제했던 이 법률은 시내에서 차량의 속도를 시속 3km 이내로 제한했고, 차량의 60야드 앞에서 세 사람이 붉은 깃발을 흔들도록 했다. 이 시대착오적인 법률 때문에 영국은 세계 최초로 증기기관을 발명하고도 자동차산업 발전은 후발국인 독일이나 프랑스보다 뒤처지게 되었다.
우리 정부가 3대 경제정책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바로 '혁신성장'이다. 그런데 혁신성장은 갈등과 고통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혁신서비스가 시장에 진입할 때 전통서비스 제공자들은 생존을 위해 저항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경우에도 기존 택시기사들이 생존권 보호차원에서 '타다'의 시장진입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기존 택시보다 훨씬 높아 이들의 시장진입을 막을 수 없는 대세로 보인다는 사실이다.
기존 택시기사들의 생존권 보호도 중요하지만 '타다'와 같은 혁신서비스의 도입은 기술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를 억지로 막는 것은 붉은 깃발법과 같은 시대착오적 행위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혁신서비스를 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을까.
우선 법 개정을 통해 '타다'를 제도권 서비스에 포함시켜야 한다. 현재 국토부가 관련 법 개정을 위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 안은 모빌리티 시장의 신규 참여자에게 지나치게 높은 초기비용을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진입장벽이 높으면 자금력이 취약한 스타트 업들의 시장진입은 매우 어렵다. 초기 비용을 대폭 낮추고, 실질적인 수익이 난 후부터 면허비용을 분납하도록 하는 등의 진입장벽 완화 대책이 필요하다.
둘째, 택시업계에도 요금 책정권 등 사업운영의 자율성을 주어야 한다. 요금과 제공서비스를 신고만 하면 되는 '타다'에 비해 기존 택시는 요금, 주행지역, 주행시간 등에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 진입장벽 완화는 필요하지만 기존 업체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불리한 조건으로 경쟁하게 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요금을 자율화하면 요금이 많이 오르지 않을까 우려하는 의견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고 택시가 공급과잉인 상태이기 때문에 경쟁원리에 의해 서비스 개선 없이 요금만 인상하는 업체는 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고령 등으로 은퇴하면서 면허를 반납하는 개인택시기사들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해 적절한 지원을 해야 한다. 면허반납 비용의 전부를 정부가 보상할 수는 없겠지만 일부를 노령수당 등에 반영해 준다든지 해서 사회보장시스템의 일부로 흡수해야 한다.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혁신서비스들이 계속 등장해 기존사업자와 갈등을 빚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기존 시장참여자와 갈등을 최소화하고 혁신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 법으로 금지한 사업 외에는 원칙적으로 가능하도록 해 혁신성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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