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식 외교안보평론가
![[포럼] 지소미아 파기는 `북핵容認`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11/2019112002102369660001[1].jpg "[포럼] 지소미아 파기는 `북핵容認`이다")
일본은 북한 핵·미사일을 사활적 위협으로 보지만, 문재인 정부는 그렇지 않다. 북핵은 미국이나 일본을 겨냥한 강건너 불구경일 뿐이다. 심지어 대북제재 해제를 통해 북한의 숨통을 열어주려 노력한다. 그렇기에 미국과 일본으로서는 자국에 대한 국가안보 위협을 한국이 방관 또는 방조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북핵은 대남 위협용이다. 첫째, 핵무기의 양과 질에서 북한이 미국에 대항할 수는 없다. 미국은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고, 여차하면 미국이 먼저 선제·예방공격할 수도 있다. 따라서 북한과 같은 약소국의 핵무기는 지역 내 역학관계 변화를 목적으로 하고 특히 비핵 인접국을 겨냥한 것이다. 둘째, 핵무기는 비대칭 군사력이지만, 인접국에 대한 군사적 실효성보다 정치적·경제적 영향력 확보를 목표로 한다. 셋째, 그 정치·경제적 영향력은 군사적 위협을 통해 이루어지고 북한은 군사도발 능력과 의지를 실증해 왔다.
북핵은 한국과 일본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그래서 2016년 양국은 북핵 대응을 위해 지소미아를 체결했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이 있어 지소미아를 파기해도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TISA만으로 충분하지 않아 지소미아를 체결하여 보강했다. TISA로 돌아가면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TISA와 지소미아는 교류하는 정보의 질이 다르다. 또한 정보는 많을수록 좋다. 줄 수 없거나 주기 싫은 정보는 안주면 된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는 구태여 정보가 많을 필요가 없다고 본다. 결국 북핵은 우리에 대한 위협이 아니므로 그런 정보는 필요 없고 오히려 남북관계를 해칠 뿐이라는 생각인 것이다.
미국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15일 청와대에서 지소미아 연장을 직접 요청하였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면전에서 거부했다. 미국은 북핵 대응은 물론이고 한미일 삼각관계 차원에서 한일 지소미아를 매우 중시한다. 물론 정부가 지소미아를 미국과 일본에 대한 압박카드로 쓰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까지 어떤 실효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청와대는 미국에 도와달라 하는 순간에 '글로벌 호구'가 된다고 인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라도 지소미아를 즉각 연장해야만 한다.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 등 상응한 조치 및 주한미군 분담금 등은 조건으로 달면 된다. 아니면 적어도 지소미아를 유예하고 협상시간을 벌어야 한다. 지소미아는 22일 자정에 종료된다. 이대로 지소미아를 파기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가 최종적으로 지소미아를 파기한다면, 이는 북핵을 용인할 것이니 북핵 대응은 미국과 일본이나 하라는 메시지일 뿐이다. 앞으로 북한과 중국의 품 속에서 살겠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동맹을 유지할 생각이 없다는 통보이다.
지소미아 파기는 자살골이다. 한일갈등은 증폭되고 한미동맹은 휘청거리게 된다. 그런 남쪽과 핵을 보유한 북한의 관계가 대등할 수는 없다. 굴종은 평화가 아니다. 핵을 머리에 이고 평화를 말할 수는 없다. 국가안보는 경제보다 우선한다. 개인의 삶도 아무리 부유해도 안전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경제도 위기를 맞이한다.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지 못한다면 이미 나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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