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연말연시를 채근담과 함께](http://contents.dt.co.kr/images/201911/2019112102102269061002[1].jpg "[논설실의 서가] 연말연시를 채근담과 함께")
홍응명 지음 / 지식공작소 펴냄
유대인들은 일주일 중 하루를 안식일로 정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바빌론에 끌려가 사람도 짐승도 아닌 40년 세월을 살았던 역사에서 기인한다. 이슬람 신도들은 하루 5번 기도하며 그날 일을 곱씹으며 반성한다. 기독교 신자들은 식사 때마다 기도를 드리며 하나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기도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저주를 내려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불교 역시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수행을 강조한다.
종교가 아니더라도 책을 길잡이 삼아 하루 10분씩이라도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내일의 나'는 달라져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채근담 하룻말'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자신을 관조하는 시간을 갖게해주는 책이다. 그동안 많은 채근담(菜根譚) 번역본이 있었지만 이 책은 사뭇 다르다. 기존의 채근담 번역본이 어렵고 중압감을 느끼게 만들었다면 이 책은 쉽고 편하다.하지만 가볍지 않다. 요즘 쓰는 우리말 번역으로 채근담을 재탄생시켰다. 특히 한국어 운율에 맞게 풀어내 한번 읽어도 머리에 부담없이 들어온다. 고전 번역에 있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한국인의 호흡에 잘 맞게 번역된 글들은 365개로 재분류됐다. 하루에 한 편씩 1년에 걸쳐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눈길이 가는 부분은 중국화의 거장 치바이스(齊白石·1860∼1957)의 그림이 각각의 글에 곁들어져 있다는 점이다. 치바이스는 파블로 피카소가 격찬한 화가다. 피카소는 "중국에는 치바이스가 있는데 왜 중국인들이 프랑스에서 미술을 공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365개의 구절과 365점의 그림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무슨 일이든 힘을 다하라, 그리고 아름답게 벗어나라' 등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주옥같은 문구를 치바이스의 그림과 함께 하루에 한 편씩 음미해보자. 그리고 비워있는 왼쪽 지면에 자신의 생각을 적어보라. 차츰 마음이 맑아지고 삶이 정돈될 것이다. 짧지만 큰 울림을 주는 책이다.연말·연시 '마음 다잡기' 선물로 제격인 듯하다. 음주가무로 인해 피곤한 연말·연시 보내는 사람들이 읽어야할 책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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