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VR·데이터 통합 등 첨단기술 융합 … 안전한 환경 조성
분당서울대병원, AI음성인식 시스템 통해 의사 집중도 향상
이대서울병원, 중앙집중화로 환자데이터 공유 등 소통 원활
분당서울대병원, AI음성인식 시스템 통해 의사 집중도 향상
이대서울병원, 중앙집중화로 환자데이터 공유 등 소통 원활
이대서울병원 제공
4차산업혁명 시대, 수술실이 진화하고 있다. AI(인공지능), VR(가상현실), 데이터 통합 등 첨단기술을 융합해 환자에게는 감염으로부터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의료진도 주변 환경에 신경을 빼앗기지 않고 수술에만 집중할 수 있는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는 이른바 '스마트 수술실'이 국내외에 도입되고 있다. 프로스트앤설리번 한국지사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전세계 종합병원 중 약 10%가 의료기술과 ICT 기술을 융합한 스마트병원으로 전환하거나, 스마트병원이 되기 위해 관련 기술을 구현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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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수술실이 진화한다… 첨단기술 입은 '스마트 수술실'
이미 국내에서도 수술실과 R&D 분야를 중심으로 스마트병원 구축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AI 등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는 의료정보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논의를 중점적으로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이미 AI 음성인식 기반 스마트 수술실을 구축, 음성인식 기술을 이용해 워크플로우가 자동화된 수술실에서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이대서울병원도 스마트 수술실을 구축했다. 올림푸스의 수술실 통합 시스템인 '엔도알파'를 도입해, 의료기기·장비 사용, 영상 송출 등 일련의 작업을 네트워크 상에서 하나로 통합·제어하고 있다. 이외에도 삼성서울병원은 병원 내 모든 장소에서 안전하게 환자의 대용량 영상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KT와 함께 5G 네트워크 기반 의료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본지는 이 가운데 국내 의료시장에서 스마트 수술실 구축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분당서울대병원과 이대서울병원을 직접 찾아가봤다.
◇"OK 구글! 수술실 조명 꺼줘"… 말로 컨트롤 하는 분당서울대병원 스마트 수술실
"OK 구글! 수술조명으로 바꿔줘."
복강경 수술이 한창 진행 중인 분당서울대병원의 스마트 수술실에서는 간호사가 꿈쩍않고 목소리만으로 수술실 조명을 끄고 켠다. 간호사는 조그맣고 둥그런 AI 스피커에 대고 지시만 할 뿐이다. 수술실 환경을 AI 음성인식 기술로 자동 컨트롤하는 시스템을 적용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수술실 상황은 사람이 직접 조명을 끄고 켜고 하는 단 몇분 동안에도 여러가지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AI 기술을 통한 자동 제어 시스템 구축은 수술 결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 수술실 업데이트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안상훈 분당서울대병원 부교수는 "AI 음성인식 시스템으로 수동 조작, 설치 필요 없이 즉시 수술 환경을 제어하고 있다"며 "수술 중 5분 이상 시간이 지체되면, 수술의 흐름이 끊겨버린다. AI 시스템을 통해 수술 흐름이 끊기는 것을 막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수술자의 집중도는 높아진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의 스마트 수술실은 수술을 집도하는 의료진의 의견을 반영해 이들에게 최적화한 UI(사용자 환경)를 자체 설계했다. 해외 거대 의료기기 회사들이 제공하는 패키지솔루션을 도입하지 않고 실제 병원에서 의료진에 꼭 필요한 기능을 집대성한 자체 스마트 수술 시스템과 교육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AI 음성인식으로 환경을 제어하는 것 뿐만 아니라, 수술 도중 즉각적 병리 분석이 가능한 영상녹화 시스템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수술실과 병리검사실 양쪽에 설치된 화상연결 솔루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서로 의견을 공유하며 협진이 가능한 '원격 병리진단(Tele-Pathology)' 시스템을 적용한 것이다. 안 부교수는 "암 수술을 하는 도중, 필요시 영상을 통해 수술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병리과에 즉각 병리조직을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 환자에게 수술로 제거한 조직 샘플이 병리검사실로 전달되면, 집도의는 수술장에 설치된 모니터와 마이크를 이용해 병리과에 전달된 샘플의 현미경 영상을 병리과 전문의와 함께 보면서 의문스러운 부분을 같이 협의할 수 있다.
수술실의 천장에는 VR 카메라가 달려있어, 수술 장면을 실시간으로 외부와 공유할 수도 있다. 유튜브에 '스마트 서저리스'라는 제목으로 스마트 수술실에서 진행되는 수술 장면을 실시간 공개하기도 했다. 수술 중 일부는 환자의 동의를 거쳐 4K나 3D 영상, 또는 360도 카메라를 이용한 8K VR영상 등으로 제작되고, 병원의 수술 교육 유튜브 채널에 교육 콘텐츠로 등록된다. 첨단 의학 교육에 관심이 있는 국내외 의학자들이 해당 콘텐츠를 구독중이다.
AI 음성인식 시스템부터 VR 카메라, 영상 녹화 시스템 등 스마트 수술실 통합제어 솔루션을 구축하는 데에 투입된 비용(의료장비 구매비 제외)은 3억원 정도. 일반 병원들이 구축하기에는 큰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스마트 수술실 구축이 세계 의료산업계의 흐름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 부분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이뤄진다면, 스마트 수술실 구축 움직임이 보다 빠르게 확산할 것이라는 게 안 부교수의 생각이다. 특히 국산 수술실 통합 솔루션 개발을 위한 R&D(연구개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 부교수는 "현재 글로벌 업체들이 수술실 통합 솔루션을 많이 내놓고 있는데, 국산 솔루션이 활발히 개발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마트 수술실 구축은 이제 초기 단계로, 향후 스마트 수술실 구축을 통한 수술 효율성, 안전성 제고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가 확보되면 정부 차원의 지원도 가능해지는 시점이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이 구축한 스마트 수술실은 현재 서울대병원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용인동백세브란스 병원에서도 참고하고 있다.
◇'미니멀리즘'이 수술실로… 이대서울병원 스마트 수술실
이대서울병원의 스마트 수술실은 요즘 트렌드인 미니멀리즘을 수술실로 그대로 옮겨 놓았다.
이곳의 핵심 수술 장비들은 천장에 달려있어, 필요시 아래로 끌어내려 쓰도록 돼 있다. 수술실 바닥에서 걸리적 거리는 전선을 볼 수 없는 이유다. 불필요한 구조물을 최소화한 것이다.
특히 이대서울병원의 수술실에서는 천장에 매달린 펜던트 형태로 설치된 중앙모니터를 통해, 수술에 필요한 가스 공급과 영상 정보 송출·저장, 환자정보 확인·컨트롤 등을 하고 있다. 의료진은 직접 이동할 필요없이, 모니터만 끌어다 필요한 정보를 확인한다.
이 병원의 스마트 수술실은 올림푸스의 '엔도알파' 기반으로 구축됐다. 이는 의료기기·장비 사용, 영상 송출 등 일련의 작업을 네트워크 상에서 하나로 통합해 '스마트 터치 패널'로 제어할 수 있는 수술실 통합 시스템으로, 북미,유럽, 일본, 호주, 태국 등 전 세계 병원에 약 1500개가 설치돼 있다.
민석기 이대서울병원 외과 교수는 "스마트 수술실 구축으로, 수술 준비를 돕는 수술 보조인력의 동선이 줄어들었다"면서 "이는 자연스럽게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환자 감염을 유발하는 먼지를 감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환자로서는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술 시간이 단축된다는 점에서, 수술을 받는 환자의 부담을 크게 줄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수술실에는 집도의 개개인 맞춤형 컨트롤이 가능한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중앙 컨트롤 시스템이 의사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조명 등 집도의에 최적화한 수술실 환경을 제공해준다.
특히 오랜 시간이 소요돼 집도의의 피로도가 큰 복강경 수술의 경우, 집도의가 안락하고 편안한 자세로 수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또한 중앙집중화된 수술실이기 때문에 외부와의 소통도 원활하다. 민 교수는 "병원 내 의료진 간 환자 데이터 공유가 가능해졌고, 외부 콘퍼런스나 화상회의 등에 정보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게 됐다"며 "수술장면이 디지털화 되어 녹화되고, 수술 상황에서 집도의가 정보를 교류해 가며 다른 의사의 자문을 바로바로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토론까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대서울병원은 스마트 수술실 시스템을 계속해서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민 교수는 "지금 보이는 것이 스마트 수술실의 최종 모습이 아니다"며 "원하는 정보를 더 수월하게 활용하고 컨트롤 할 수 있도록 계속헤서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의료는 큰 차이가 아니라 작은 차이가 모여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며 "스마트 수술실이 의료에 있어 최상의 결과에 접근하는 하나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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