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의 기대수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갈수록 노인들의 수명이 늘어나고 있는 데 반해 '노인 빈곤율'은 여전히 OECD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갈수록 사회적 노인 부양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고 있어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남녀 기대수명 모두 OECD 평균(남자 78.1년, 여자 85.7년) 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남자는 1.7세, 여자는 2.4세 상회한다.
특히 우리나라 65세 생존자의 기대여명(남자 18.7년, 여자 22.8년)은 OECD 평균(남자 18.0년, 여자 21.3년)에 비해 남자는 0.6년, 여자는 1.5년 더 높았다. 법상 정년이 '60세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퇴직 후에도 20년이 넘는 여생의 경제력을 고민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각종 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2명 중 1명은 빈곤한 삶을 살고 있다.
2017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인구 중 중위소득(소득 규모를 한 줄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에 오는 소득)의 50%가 되지 않는 인구 비율을 말하는 '노인 빈곤율'은 43.8%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OECD 평균인 14.8%에 비하면 무려 세 배나 높은 수치다. 노인들의 자산이 상대적으로 부동산에 치우쳐져 있음을 고려해 소득으로 환산한 경우에도 빈곤율은 30%에 육박한다.
노인들이 대표적으로 노후 수단으로 삼고 있는 국민연금은 고갈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19~2060년 국민연금 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금은 올해 681조5000억원에서 2039년 1430조9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54년 고갈될 전망이다. 국민연금 가입자 수도 올해 2187만명으로 최고점에 이른 뒤 점차 감소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노인 스스로 경제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근본 대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노인 일자리를 확충하는 것은 중요한 의제"라며 "노인 스스로 부양능력을 갖추게 되면 (복지에 투입되는) 세 부담이 완화될 여지가 생긴다. 노인 빈곤이 낮을수록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노인부양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현금성 복지정책의 경우, 빈곤한 노인 계층을 세분화해 적재적소에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빈곤한 노인들 가운데 정말 어려운 분들이 (복지 혜택을) 받고 있는지, 세밀하게 걸러내는 게 (장기적인) 정부 정책의 중요 포인트"라고 말했다.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