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포럼] 건강정보 유통 금기 깨야 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12/2019120502102369061001[1].jpg "[포럼] 건강정보 유통 금기 깨야 한다")
아마도 이는 미국에서 개인에게 직접 서비스로 제공되는 건강정보 유통의 최대 규모 사례로 판단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본인의 의료기록을 바탕으로 약 처방 내역을 직접 확인이 가능하고 복약에 대한 상세한 가이드가 스마트폰에서 가능하다. 또한 애플 워치와 같은 각종 웨어러블 장치와 연계하여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병원 내부에서 진료를 통하여 환자가 받는 의료혜택을 넘어선 수준이다. 정밀한 의료 정보에 환자가 직접 실시간으로 접하면서 실생활에서 환자 본인의 건강 관리를 하게 되어 의료의 확장, 건강관리의 연결이 가시화된 것이다.
최근 금융기관에서 건강정보를 다루는 시각이 구체화되고 있다. 국내 보험회사들의 실손율 증가로 인하여 실손보험 대부분이 적자 경영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로 병원 이용이 늘고 있고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의 진료가 증가하는 것은 고령화 사회로 진척된 결과이기도 하다. 이로 인한 급격한 보험 청구의 증가는 실손보험 회사에게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많이 걸으면 보험료를 깍아주는 보험이 등장하고 운동량 목표치를 달성하면 선물을 주는 보험도 등장했다.
결국 환자의 병원 밖에서의 행태 데이터를 분석하면 보험 청구 여부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이는 보험회사의 수익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의료정보와 건강정보는 금융정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위 두가지 관점에서 볼 때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의료정보의 유통은 시작되었다. 아마도 이 여파는 시간 차를 두고 우리 시장에도 어떤 형태로든지 적용될 것이다. 건강과 관련된 민간 금융시장에서의 본능적인 움직임에 이어서 공공분야의 건강보험 구조도 재원의 고갈 압박 때문에라도 환자 개개인에게 도달하는 건강정보의 활용을 도외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는 공공 의료체계이며 이는 단일화된 건강보험 구조를 기반으로 저렴한 의료서비스를 전국민에게 고루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민영화된 의료시장과는 달리 정부의 관할 하에 강력한 거버넌스를 가진 단일화된 의료 정책의 적용 가능한 구조이다.
하지만 고령화시대에 접어들고 초고령화시대로 나아가는 우리 인구 구조에서 정부의 보수적이며 일률적인 의료정책은 한계를 보여이고 있다. 환자는 스스로 다량의 의료정보를 접하고 이를 기반으로 품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스마트 환자가 되어 있으나 현재의 의료체계에서는 여전히 환자는 프린트한 처방전을 들고서 미끄러운 비탈길의 횡단보도를 지나 약국을 내방해야 처방된 약을 수령할 수 있다.
오히려 똑똑한 환자 개개인에게 충분한 의료정보를 안전하게 제공하여 스스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병원 외 건강관리를 증진하는 문화를 유도하는 것이 가능하다. 만약 정부가 맞춤형 정밀 의료 서비스를 의료기관과 환자 및 관련 기술이 함께 만들어 가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정책을 편다면 의료 재원도 더욱 최적화되고 낭비요소도 제거되어 국민들은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최소의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하여 가장 큰 장벽은 개인정보로서 의료 및 건강정보의 유통이다. 그동안 국내에선 대량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자주 발행되어 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2011년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고 많은 보호정책이 펼쳐졌다. 하지만 여전히 개인정보에 대한 관리는 사회의 기대에 미치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혁신 서비스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특정 산업의 부흥책 만은 아니다. 2011년의 보호 정책이 어느정도 정착이 되었다면 보다 섬세하고 정밀한 보호정책 수단의 개발과 변화된 기술환경에 따른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통하여 정책 실효성을 점검해야 할 것이다.
의료계는 의료정보에 대한 당면한 정책들과 함께 기존의 의료정보 및 건강정보에 대한 규제 정책을 점검하고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환자 정보에 대한 수집·저장·제공 및 파기에 이르는 유통체계에 대한 기본 권리인 동의권 등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섬세한 논의부터 시작하여 실타래를 한 개씩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결국 애플의 새로운 앱의 출시는 의료정보 및 건강정보가 전자적으로 환자 개인에게 실시간으로 제공되고, 이 정보는 개인의 스마트폰에 안전하게 전송 및 저장되며, 개인이 소유한 웨어러블 장치와 결합하여 생활에서 맞춤형 건강관리가 가능하다고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받게 되면 우리는 또 한번의 갈라파고스 논쟁에 휘말릴 수 있기에 의료계의 의료법과 약사법에 대한 허심탄회한 논의를 기대해 본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