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포럼] 유료방송 합산규제 시대착오적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12/2019120902102369660001[1].jpg "[포럼] 유료방송 합산규제 시대착오적이다")
이번 M&A로 LGU+와 SK브로드 밴드는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을 약 24% 내외로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제 시장의 관심은 1위 사업자인 KT에게로 향하고 있다. IPTV와 위성방송을 통해 약 31%정도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KT 또한 케이블 SO사업자인 디라이브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으나 점유율 합산규제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점유율 합산규제란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경쟁을 목적으로 특정방송사업자 및 특수관계자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수의 3분의1 이상을 보유할 수 없도록 제한한 규정으로 2018년 6월 일몰된 법안이다. 그러나 방송계와 국회 일각에서 이 규정을 재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펼치고 있어 규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KT가 디라이브 인수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지만 유료방송 가입자 합산규제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으로 부활되어서는 안 되는 규제다,
그 이유로 첫째는 이 규제는 공정거래법 취지에 맞지 않다. 공정거래법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이유만으로 규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지배력을 남용하여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불공정경쟁행위를 했을 때 규제하는 폐해규제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사전 점유율 규제는 공정거래법의 원칙에 상치되는 것이다,
둘째, 방송통신융합시대에 걸맞지 않는 비대칭적 규제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플랫폼인 이동통신은 사전 점유율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동통신 가입자의 50%를 보유한 SKT는 요금이나 소비자 보호에 관한 규제를 받지만 가입자 점유율규제는 받지 않는다. 이는 SKT가 높은 가입자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시장지배력을 남용하여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무엇보다도 가입자점유율 규제는 변화하는 방송의 플랫폼과 콘텐츠 유통의 트랜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OTT(over the top) 등 스마트 미디어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지면서 개별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드는 추세이다.
현재 유튜브 등의 외국계 OTT사업자들이 85%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며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시점에 해묵은 가입자 점유율 부활이 공정경쟁이나 소비자 보호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도 케이블 TV의 영향력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1995년 31개에 달했던 케이블 TV 업체수가 2017년 4개로 줄었고, 그 자리를 OTT가 메꾸고 있다. 케이블 TV가입자 점유율 규제도 이미 10년 전인 2009년에 완전히 폐기한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과기정통부가 지난 5월 '유료방송규제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가입자 점유율규제를 폐지하고 시장변화를 반영한 방송규제의 재정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합산규제 일몰 이후 제기되는 유료방송 시장의 공정경쟁 문제는 기업결합 심사 강화, 이용요금 및 설비 동등제공 등 행위 규제 개선, 금지행위 등 사후규제 집행의 실효성 제고 등을 통해 규율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이런 합리적인 방안이 조속히 법제화되어 해외의 거대 OTT사업자들이 한국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전에 국내 유료방송시장이 합리적으로 재편되고, 인프라 투자강화 등을 통해 국내사업자들의 경쟁력이 강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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