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생태계 조성' 합동 포럼서
차상균 서울대 교수 강력 주장
"평생 교육·대학 혁신 서둘러야"
차상균 서울대 교수 강력 주장
"평생 교육·대학 혁신 서둘러야"
"AI(인공지능) 대변혁기는 이미 시작됐다. 사라지는 일자리가 신생 일자리보다 훨씬 많은 일자리 충격과 노동의 변화에 대비해 교육혁신과 글로벌 공조를 서둘러야 한다."
AI·빅데이터 전문가 차상균 서울대 교수(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추진본부장·사진)는 "4차 산업혁명과 AI 확산으로 인한 중하위 계층 일자리 위험에 대한 대응책은 교육을 바꾸는 것밖에 없다"면서 "대학 안에 새로운 혁신의 그릇을 계속 만들고,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재 유치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민들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재교육, 평생교육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변화에 적극적인 대학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교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경제인문사회연구회·한국공학한림원이 19일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혁신생태계 조성'을 주제로 개최한 합동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공동 주관한 합동포럼에서는 산업계·학계·연구계 등 전문가들이 AI와 글로벌 산업패권 전쟁에 대응한 한국형 혁신생태계 육성방안을 논의했다.
기술변혁으로 인한 일자리 상실이 이미 현실로 다가왔는데 우리 산업구조가 전진하지 못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게 차 교수의 지적이다. 이에 대응해 새로운 교육을 이끌 인재 확보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것.
이는 세계 모든 국가에 공통적으로 주어진 과제인 만큼 글로벌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게 차 교수의 의견이다. 미·중 패권 전쟁의 가운데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국가들이 제3의 동맹을 만들고, 우리나라가 리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3년 반 전에 알파고를 선보인 구글 딥마인드는 당시 100명도 안 되던 직원이 지금 1000명에 달하고, 그 중 400명은 평균연봉 50만달러의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라면서 "인재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일과 프랑스는 대학을 바꾸기 위한 인재 유치에 나서 각각 100개의 교수 자리를 새로 만들었다"면서 "4차 혁명은 규모와 타이밍, 속도의 게임인데 우리나라는 규모의 한계가 있는 만큼 글로벌에서 전략적 파트너를 찾아 시장과 사람, 새로운 R&D 문화를 수혈해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 프랑스 등과 협력하면서, 이미 유럽과 협업 중인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AI가 반도체 칩을 통해 빠르게 보편화될 전망인 가운데 반도체 산업을 가진 게 한국의 강점인 만큼 이를 활용하자는 게 차 교수의 아이디어다. 그러면서 해외 유수 기업과 연구소 유치, 대학 교수의 기업·공기업 겸직 허용, 해외 대학교수의 국내 대학 겸직 허용·지원, 해외 우수 인재 유치·지원, 글로벌 수준의 문화와 인프라를 갖춘 민간 공동 연구원 설립을 통해 인력 유치의 숨통을 틔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차 교수는 "AI 변혁과 미·중 디지털 패권 전쟁이 격화되는 지금이 대한민국에 주어진 마지막 혁신의 시간"이라고 진단하고 "전문분야 인재들에게 데이터 교육을 시켜 양손잡이 디지털 전문가를 키우고, GDPR(개인정보보호규정) 제정에 이어 AI 윤리원칙을 수립 중인 유럽과 공조해 데이터·AI 시장 기회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는 "빅데이터, 디지털헬스, 공유경제 등 혁신산업이 규제 때문에 막히고, 사회가 4차 산업혁명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19세기 산업혁명이란 변화를 거부한 대한민국과, 같은 시기에 과학기술과 사회혁신을 통해 선진국으로 진입한 일본이 이후 어떤 길을 걸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4차 혁명 시대는 승자독식을 넘어 선승독식의 시대다. 사회가 청년들에게서 미래 기회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면서 "빈부격차 악화와 양극화, AI의 인간 지배 등 비관론에서 탈피해 혁신생태계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산업화 시대에는 출발이 늦었던 후발주자도 회복 기회가 있었지만 혁신경제 시대에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혁신 속도가 너무 느리다"라고 밝혔다. 이어 "인구절벽, 수출감소, 불안한 국제정세와 정치환경 등 악재가 겹쳐 향후 10~20년 내에 과거의 활력을 찾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만들고 불안한 동북아 정세 속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려면 혁신기술과 혁신경제를 통해 도약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