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기업들이 돈을 주고 사야 하는 탄소배출권 규모가 내년 대폭 늘어난다. 무역 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쟁력을 보호하기 위해 운영 중인 '무상할당' 대상 업종도 축소될 것으로 보여 업계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3차 녹색성장위원회를 주재하고 제3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
계획에 따르면, 환경부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배출권 유상할당량 비중을 기존 3%에서 10% 이상으로 확대해 오염물질 배출기업의 책임을 강화할 예정이다.
유상할당은 배출권을 경매 방식으로 할당 받는 것이기 때문에 생산량이 많을수록 비용부담도 늘어난다. 100톤의 배출권을 받은 기업의 경우 종전에는 3톤만 줄이거나 배출권을 구매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10톤으로 늘게 되는 것이다.
반면 무상할당 업종 기준 개선으로 그동안 배출권 전부를 무상으로 할당받아왔던 업종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현재 무역집약도가 10% 이상이고 생산비용발생도가 5% 이상인 업종에 무상할당을 제공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적용되는 제2차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에는 총 62개 업종 중 36개 업종이 무상할당을 받았다. 구체적인 개편 사항은 빠르면 이번 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공표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권의 유상할당 비율은 기업의 준비기간을 감안해 2012년에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을 때부터 규정돼있었던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대신, 에너지 효율 제고 사업 및 감축 신기술 개발 지원을 추진해 산업계의 부담을 덜겠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환경부는 2050년까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담은 '장기 저탄소 전략'을 내년 중에 수립해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에는 공감하지만, 그것을 막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에는 주저한다"며 "그러나 기후변화대응은 미래의 과제가 아닌 현재의 문제"라고 말했다.은진기자 jineu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