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ICT과학부 팀장
![[안경애 칼럼] 도시는 도전이자 기회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12/2019123002102269650001[1].jpg "[안경애 칼럼] 도시는 도전이자 기회다")
기술은 이미 도시의 운영방식을 바꿔놓고 있다. 대형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 곳곳에 센서와 첨단 통신망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도시는 교통·안전·행정 등 업무와 서비스 전반에서 IT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스마트시티가 복잡한 도시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기업을 키우고 시민들은 일자리를 찾는 일석삼조의 해결사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부천시는 가장 심각한 골칫거리인 교통·주차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과 시민·기업 참여를 병행한 스마트한 해법을 찾아냈다. 시와 기업이 함께 아이디어 제품을 개발하고, 시민은 마을기업을 세워 동참하는 방식이다.
시는 지역 내 로봇부품 기업과 대기업, 통신사 등과 협업해 자율주행 주차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 개발을 끝내면 공영 주차장에서 실증할 계획이다. 주차로봇은 국산 부품 100%로 만들어지고, 그 중 70%는 부천지역 기업이 생산한다. 사람 대신 주차로봇이 스스로 이동하면서 차를 들어올려 주차하면 같은 면적에 30%의 차를 더 수용할 수 있다. 주차 후 문을 열지 않아도 되고 차량 회전반경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시는 단순하게 기존 제품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기업들을 참여시켜 함께 개발했다. 차량 한대 주차공간 확보에 1억원 이상이 드는 것을 계산하면 주차로봇 개발·운영 비용이 훨씬 싸다는 게 시의 계산이다. 시는 다른 도시, 해외에도 주차로봇을 공급해 기업과 수익을 나눔으로써 세외수입도 기대하고 있다.
특히 로봇과 부품산업에서 앞선 일본산 제품을 썼으면 개발이 더 빨랐겠지만 국산 100%를 고집한 덕분에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 기회를 얻었다. 기업·시민과 함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고 그 혜택이 산업과 시민들에게 가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부천시는 주차 문제가 심각한 원도심 지역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주차장을 나눠쓰는 주차장 공유시스템도 도입했다. 주차 후 이동은 전동킥보드, 대리주차, 전기셔틀 등을 이용한다. IT기업들이 참여해 사업 기회를 확보하고 시민들은 마을기업을 세워 일자리를 얻었다.
부천시가 교통·주차에 주목했다면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스마트시티가 자연재해 대응에 가져올 효용에 주목했다.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시민들이 지진 진동을 느끼기 45초 전에 알려주는 조기경보시스템을 개발했다. 도시 내에 수천개 지진감지 센서를 설치하고, 포착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분석해 지진 발생 사실을 알리는 체계를 도입했다. 지진 관련 전체 정보를 제공하는 모바일앱은 시민들의 필수 생활앱으로 자리 잡았다. 지진이 오더라도 엘리베이터 작동을 중단시키고 약을 먹거나 물을 마실 수 있는 시간을 시민들에게 만들어준 것이다.
성장 위기와 일자리 부족, 기후와 환경·교통 문제까지 모든 현실적 난제가 모이는 현장이 도시다. 문제 해결 과정을 잘 설계하면 도시는 미래를 위한 실험이자 도전, 협업의 장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혁신을 힘들게 하는 것은 기술과 돈의 한계가 아니라 아이디어와 의지, 그리고 행동으로 옮길 무대 부족이라고 말한다.
글로벌 스마트시티 시장이 수년 내에 수백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중요한 것은 스마트시티가 가져올 부가효과가 훨씬 막대할 것이란 점이다. 도시의 작동 DNA와 시민 삶의 방식이 보다 지속 가능한 형태로 바뀔 수 있다.
2020년에는 세종과 부산에 들어서는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가 본격적인 틀을 갖추고,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시작된 스마트시티 챌린지 본사업이 시작된다. 시작은 프로젝트로 했지만 문화와 시스템으로 자리 잡아야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 도시와 기업, 시민이 함께 미래를 열어가는 '가슴 뛰는' 도전이 곳곳에서 성공 스토리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응원한다.
안경애 ICT과학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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