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연 ICT과학부 기자
![[DT현장] 딜레마 빠진 제약기업들](http://contents.dt.co.kr/images/202001/2020010702102269102001[1].jpg "[DT현장] 딜레마 빠진 제약기업들")
현재 국내 주요 제약기업들이 기술수출을 한 신약후보물질들은 임상 등에서 한단계, 한단계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R&D 투자비용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R&D에 투입해야 할 돈은 계속해서 늘어가는데, 영업이익은 감소세를 걷고있어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곳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해 '레이저티닙' 단독요법 글로벌 임상 3상 독자 추진 등으로 R&D 비용 증가가 불가피해 보이는 유한양행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누계 영업이익이 40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0.5% 급감한 수준이다.
레이저티닙은 지난 2018년 11월 유한양행이 얀센 바이오테크사에 1조4000억원에 기술수출 한 이후, 현재 양사 협의하에 공동개발을 진행 중이다.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 또는 EGFR T790M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2차 치료 목적으로 개발 중인 표적 치료제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을 늘려오고 있는 부광약품의 경우,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3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90.2% 줄었다. 이 회사는 매출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10%에서 지난해 15.3%까지 늘어난 상태다. 현재 부광약품은 당뇨병약(MLR-1023), 파킨슨병 운동장애 치료제(JM-010) 등의 개발에 R&D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말에는 글로벌 투자자들과 함께 알츠하이머 등을 위한 치료약을 개발하고 있는 프로텍트 테라퓨틱스에 360만달러를 투자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JW중외제약과 동화약품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각각 75.8%, 73.0% 급감했다. JW중외제약의 지난해 3분기 누적 R&D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4% 증가한 297억원이다. 동화약품은 2017년 141억원, 2018년 156억원 등 매년 100억원 이상을 R&D에 투입하고 있다.
블록버스터급 신제품의 부재, 주력 제품의 제네릭 등장, 약가 인하 여파 등으로 내수 영업 상황은 점점 더 녹록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R&D 비용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게 이들 기업들이 처한 공통된 상황이다. R&D 비용을 상쇄시켜줄 내수 영업이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면 영업이익 급감이라는 결과를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이 R&D 투자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투자가 그만큼 시급하기 때문이다. 미래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투자할 시기를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기업의 위상이 퇴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들을 R&D 중심 기업으로의 체질개선에 나서게 하고 있다. 지금 이들 기업은 제네릭 생산과 도입약 판매에만 의존하는 기업에 머무를 것인가, 글로벌 신약개발사로 도약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물론 체질개선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익률 감소와 임상·상용화 실패 등 R&D 과정에서 터질 수 있는 리스크들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 속에서 회사가 얼마나 뚝심있게 R&D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다행인 것은 당장의 이익실현보다 미래가치에 무게를 두려는 흐름이 투자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유한양행이 지난 2018년 2분기부터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투자시장에서는 이 회사의 목표주가가 상향조정되는 흐름이 나타나기도 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 회사의 신약후보물질 및 파이프라인의 가치상승 등이 고려된 결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R&D로 뿌린 씨앗을 멀지 않은 미래에 수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 두터워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또한 이러한 믿음은 영업이익 딜레마에 빠진 제약기업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R&D'를 외칠 수 있는 핵심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 미래에 대한 투자로 인해 수익성 측면에서 녹록지 않은 길을 걷게 될, 적지 않은 제약기업들이 올 한해 이 같은 기대와 믿음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길 바라본다.
김수연 ICT과학부 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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