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배경에는 주주와 함께 동반성장하면서 100년 기업을 만들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3월 개최되는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부터 전자투표제를 도입한다고 30일 공시했다. 전자투표제란 회사가 전자투표시스템에 주주명부, 주주총회 의안 등을 등록하면 주주가 주총에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전자적인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의 경우 대다수의 기업들이 몰려있는 소위 '슈퍼주총' 주간을 피해 약 1주일 가량 앞당긴 3월20일에 정기주총을 개최한 바 있다. 또 주주권 보장을 위해 좌석 수를 800여석 이상으로 늘렸지만, 지난 2018년 액면분할로 늘어난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제 지난해 주총때 소액주주들이 몰리면서 일시에 1000여명이 몰리는 상황이 벌어졌고, 이에 주주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면서 이 같은 항의는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재계에서는 한화와 SK 등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전자투표제 도입을 선언하면서 대기업 전반에 주주친화 정책이 한층 더 빠르게 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한화그룹의 주요 상장 계열사들을 비롯해 SK㈜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SK 주요 계열사들은 이미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이 밖에도 CJ그룹과 포스코그룹, 두산그룹 등도 순차로 전자투표제를 확대하는 중이며, 현대차그룹도 지난해 현대글로비스가 처음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삼성전자까지 가세하면서 전자투표제 도입 기업들은 한층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사실 삼성전자의 주주친화 정책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 출범 이후 속도를 내고 있다. 2015년에는 3년 간 프리캐시플로(Free Cash Flow, 순현금수지)의 30~50%를 배당·자사주 매입 방식으로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고 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았고, 실제로 2018년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완료했다.
후속으로 올해까지 분기 배당 확대 등으로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고, 이날 주당 354원, 총액 2조4054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공시했다.
여기에 최근 들어 반도체 '바닥론'이 확산하면서 삼성전자의 주가 역시 지난 연말과 올 초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최근 다시 조정국면에 진입했긴 하지만 작년 5월과 비교해 여전히 20% 이상 오른 5만원대 후반의 주가를 지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주주친화 정책은 다른 기업들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만큼 대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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