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로 손배액 많아 보험수요 폭발적 급증
美·EU 중심 시장 급성장 … 韓, 약322억 걸음마단계
"시장 활성화 위해 다양한 상품 개발·정책지원 필요"
美·EU 중심 시장 급성장 … 韓, 약322억 걸음마단계
"시장 활성화 위해 다양한 상품 개발·정책지원 필요"
디지털 금융시대, 무더기로 해킹당한 개인정보는 누가 보상해줄까?
사이버리스크를 관리하는 '사이버보험'을 향한 세계의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국내는 관련 시장이 작아 관심이 촉구되고 있다.
18일 금융보안원은 '전자금융과 금융보안' 보고서를 통해 세계 사이버보험 시장에 대해 소개했다. 사이버보험은 사이버 위험을 전가하는 리스크 관리 방안 중 하나다. 금융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화가 활발하게 진행됨에 따라 사이버리스크가 IT뿐만 아니라 금융안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자 이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다만 사이버보험 시장은 아직 타 보험 시장에 비해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또 사이버보험을 바라보는 수요자(기업), 공급자(보험사)간 입장 차이로 아직 크게 활성화되진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수요자는 사이버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사이버보험의 보장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공급자에게도 역시 사이버사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사이버 위협이 진화해 리스크 예측에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럽 등 해외 주요국의 사이버보험 시장은 방대해지고 있다. 사이버보험 활성화를 정책적으로 추진한 영향도 작용했다.
우선,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사이버보험 시장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16년 기준 세계 사이버보험 시장의 85%(약 36억달러)를 점유하고 있다. 미국의 사이버보험 시장은 지난 2014년 25억달러, 2015년 30억달러, 2016년 36억달러, 2017년 43억달러, 2018년 52억달러 등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보안원에 따르면 미국 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20%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미국 사이버보험 시장의 성장은 사이버사고에 대한 손해배상금액이 막대하다는 점이 작용했다. 사이버사고 발생 시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손해배상금액 등 사고처리비용이 타 국가에 비해 커 보험으로 리스크를 경감하려는 수요가 커졌다. 또 미국 정부가 사이버보험 활성화에 나선 영향도 있다. 미국 내 50개 주별로 개인정보 유출사고 발생 시 피해자에 통지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시행되면서 미국은 개인정보유출 통지를 위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용(74만달러)을 지출하고 있다. 또 올해 1월부터 기업이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막대한 손해배상 책임 및 민사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채찍과 함께 기업을 향한 당근도 제시하고 있다. 사이버보험에 가입한 기업이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보안가이드라인을 준수 시 보험료 세액을 공제해주는 법안이 지난 2016년 발의됐다. 또 국가보호프로그램 위원회(NPPD) 주도로 사이버 보험 활성화 논의를 워크숍 등을 통해 지속 진행하고 있다.
두 번째로, 유럽(EU)시장은 미국에 비해 사이버보험 시장이 발달돼있지 않으나 개인정보보호법(GDPR) 시행 등으로 사이버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EU의 사이버보험 시장은 2016년 기준 약 1억9000만달러로 추정된다.
현재 유럽 내 사이버보험 가입 기업 중 매출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이 85%, 매출 5000만~10억달러 기업이 10%, 매출 5000만 달러 기업이 5%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 사이버보험 시장의 경우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국내 시장은 2016년 기준 약 322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법률비용이나 서비스 중단 시 수입 감소분 등 보장 범위가 넓은 반면 국내는 손해배상 비용 등만 보장하고 있다는 한계도 있다.
금융보안원은 "국내 사이버보험 활성화를 위해 제도적 여건 확충은 물론 수요자 니즈에 기반한 다양한 보험상품의 개발을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사이버사고 발생 시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켜 사이버보험의 필요성을 증대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현지기자 jh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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