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위축 탓 서비스물가 둔화
외식 물가 0.7% 오르는데 그쳐
"이미 디플레이션 국면" 지적도
외식 물가 0.7% 오르는데 그쳐
"이미 디플레이션 국면" 지적도
통계청 '2월 소비자물가동향'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 서비스물가 상승률이 0.4%에 그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소비 위축 탓이 크다.
연초에는 인건비 상승 등이 반영돼 외식 물가가 오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요가 억제됐기 때문이다.
장바구니 물가를 일컫는 농축수산물 역시 지난달(2.5%)보다 상승 폭이 둔화된 0.3% 증가율에 그쳤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경기침체 속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다"는 게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 견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내내 0%대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로 이어졌다. 1월 0.8%로 떨어진 것을 시작으로, 8월에는 0.0%, 9월에는 사상 첫 마이너스(-0.4%)로 떨어졌다. 이후 10월부터 12월까지도 0%대에 그쳐 12개월 내내 1% 아래를 밑돌았다.
올해 1월에는 기저효과로 1.5%를 기록했지만, 1월 말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서 2월 물가는 1.1%로 하락했다.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코로나19로 소비 심리가 급속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를 기록한 데 반해 서비스물가는 0.4%로, 1999년 12월(0.1%)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았다.
특히 서비스물가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외식 물가는 0.7%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1·4·5·6월을 제외하고는 줄곧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하다 올해 1월 큰 폭으로 반등했던 농축수산물 물가도 다시 꺾였다.
농산물과 석유류 물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1월 0.9%에서 2월 0.6%로 하락했다.
체감지표에 해당하는 생활물가지수(2.1%→1.7%)나 신선식품지수(4.1%→0.7%)도 비슷한 양상이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이 앞으로 물가를 더 떨어뜨리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 하락은 코로나19로 중국발(發) 수요 급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두바이유는 1월 평균 배럴당 63.8달러에서 지난달(25일까지) 55.1달러로 떨어졌다. 4월물 서부 택사스산 원유(WTI)도 40달러 선을 횡보하는 중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디플레이션 국면에 이미 와 있다고 봐야 한다"며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실질 GDP 성장률이 못 미치는 상황인 데다, 코로나19로 추가 경기하방 압력이 있다"고 짚었다. 성 교수는 "경기 부진에 의한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다고 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요한 것은 말 그대로 수요부진에 따른 영향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지난해 종식된 디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졌다"고 했다. 이어 "수요 감소로 공급도 줄어 가파른 물가 하락은 없겠지만, 분명 소득과 소비는 부진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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