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유통 통제에 업계 큰혼란
절대공급량 부족 '장기화' 조짐
비축 등 근본적 대책마련 절실
절대공급량 부족 '장기화' 조짐
비축 등 근본적 대책마련 절실
이슬기기자 9904sul@
'마스크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공적판매 정책을 강도높게 추진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급구조로 인해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마스크 수출을 통제하고, 생산량의 상당부분을 사실상 '입도선매'해 공적판매하는 강도 높은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마스크 수요의 20%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이번과 같은 전염병 확산 사태에 대비해 정부가 마스크를 비축하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범 정부차원의 마스크 공적공급 체제가 가동된지 일주일을 맞고 있지만, 국민들 사이에는 마스크 사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마스크 생산량의 50% 가량을 '입도선매' 해 농협하나로마트, 우체국 등에서 공적판매에 나서고 있지만, 긴줄을 서고도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해 허탕을 쳤다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사실상 생산량의 대부분을 공적용도로 공급하면서 일선 지방에선 마스크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마스크 생산업체에 상주하면서 사실상 생산과 유통을 통제하면서, 기존 마스크 생산업체나 유통업계도 큰 혼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계는 현재 국내 마스크 공급규모를 고려할 때 마스크 대란은 당분간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국내 마스크 수요가 하루 3000만장 규모로 급증한 데 반해, 정부의 공적 판매량 규모는 576만장에 불과한 실정이다.
마스크 대란이 잦아들지 않자 정부가 급하게 도입한 공적공급 체제가 오히려 각 지방의 마스크 보급을 어렵게 하고 지역내 감염병 확산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자체장이 '마스크를 국가배급제로 전환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해 주시길 바란다'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박재범 부산 남구청장은 청원글을 통해 "마스크 구입 목적은 코로나19 감염과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3장을 사기 위해 수백명이 줄서면서 감염병 확산을 부추기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공공 공급이 한정되다 보니 기초자치단체 역시 마스크를 구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조달청 홈페이지가 아니라 직접 공장으로 찾아가 줄을 서고 있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강도높은 공적공급에 나서면서 마스크 생산업체들도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정부가 마스크 생산물량의 대부분을 입도선매하면서 마스크 생산업체들은 정부에 공적물량을 대느라 기존 민간 유통업체에 위약금을 물어주게 생겼다.
한 마스크 생산업체 관계자는 "하루 생산량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생산량의 절반을 공적 판매처에 공급하다보니 기존에 계약한 민간 업체에는 공급할 물량이 부족해 위약금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공적공급 체제 가동으로 생산업체가 기존 계약 물량을 소화히지 못할 경우, 위약금 등 생산업체가 입게 될 손해를 어떻게 보전해줄지 정부의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실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형태로 마스크를 유통하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은 일반 시장에 공급할 마스크 물량 확보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공적공급 물량을 50%에서 80%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렇게 되면 민간업체들로는 공급이 거의 안된다고 봐야 한다"면서 "생산업자 수출도 당일 생산량의 10% 이내로 허용되고 있어서 공적물량, 수출물량을 제외하면 시중에 풀리는 물량이 생산량의 10%밖에 안된다"고 밝혔다.
GC녹십자 관계자는 "마스크를 발주했는데 제조사에서 물량이 딸려서 현재 추가로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보령제약도 " 마스크는 제조사 측에 지속적으로 공급을 요청하고 있지만, 소량으로 입고되고 있어 아직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지는 못하다"고 밝혔다.
동아제약도 "물량이 조금씩 들어오고는 있는데 수요가 많아 계속 품절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JW중외제약 역시 "지금까지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3~4월에도 물량을 풀로 받을 계획이지만 이 또한 빨리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유한양행도 "약국 등에서 대량 주문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으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주문물량이 많이 밀려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제2, 제3의 마스크 대란을 막으려면 정부가 마스크를 전략물자로 지정해 비축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마스크 제조사 관계자는 "지금 같은 주먹구구식 대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면서 "마스크는 식약처 허가를 받아야 공급할 수 있는 제품으로 수요가 폭증하면 또다시 대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정부가 전략물자로 비축해 위기시 원활히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도 전염병 확산과 같은 비상시를 대비해 마스크를 전략물자로 추가하는 방안을 구상중에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그런 개념(전략물자)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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