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을 내세운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텔레그램'과 암호화폐가 범죄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피해자에 대한 성착취 동영상을 공유한 'N번방'이 텔레그램을 통해 운영되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거래되면서 비난을 사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찰이 지난 19일 성착취물을 제작해 텔레그램 대화방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로 운영자 '박사' 조씨를 검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피의자들과 대화방 참여자들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실제, 이날 오후 12시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 청원과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 청원에 각각 109만 명과 171만 명이 동의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범행 과정에서 꼬리가 밟히지 않기 위해 텔레그램, 암호화폐 등 익명성을 내세운 인터넷 서비스를 적극 활용했다. 조씨가 검거될 당시 자택에서 1억3000만 원 상당의 현금 뭉치가 발견됐는데, 이는 텔레그램 유료 대화방 입장료 명목으로 받은 암호화폐를 환전한 돈으로 추정된다.박사방의 피해자는 미성년자 16명을 포함해 총 74명, 조씨 외에도 범행에 가담한 공범도 13명에 달했다. 유료 회원 수는 1만 명대로 추정된다. 이처럼 많은 수의 사람들이 범죄에 가담하고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데에는 텔레그램은 수사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러시아 출신 개발자들이 독일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메신저앱 텔레그램은 익명성과 보안성으로 유명하다.
실제 국내에서 텔레그램이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2014년. 당시 경찰이 정진우 노동당 전 부대표의 카카오톡 계정을 압수수색하며 2300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친구 정보와 대화내용 등을 수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민간인 사찰' 논란으로 번졌다. 이에 서버를 압수수색할 수 없고 보안성을 내세운 텔레그램으로 이른바 '사이버 망명'이 일어났다. 논란 한 달 만에 100만 명 이상의 한국인이 텔레그램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텔레그램은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익명성을 강조한 공간으로 부각됐다. 이번에 자금세탁 방법으로 사용된 암호화폐 역시 추적이 불가능하고 탈중앙적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의 자유를 불러올 것이라는 찬성론자들의 주장이 이어졌다.
그러나 텔레그램과 암호화폐 등이 강조하는 익명성은 양날의 검이 돼 범죄에 악용됐다. 권헌영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은 "경찰의 역량을 강화하고 이용자의 신고 등을 활성화 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국제 공조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외신에 따르면 마약 거래 및 불법 총기 거래, 아동 포르노 판매 등을 저지르는 범죄집단이 텔레그램으로 창구를 넓히고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이 사실을 보도하며 "이같은 변화는 불법 온라인 시장에 대한 단속과 사용자가 익명으로 남을 수 있는 암호화 앱의 도입에서 기인한다"면서도 "앱이 개발된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이유로 악용될 수 있는 기능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위수기자 withsuu@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찰이 지난 19일 성착취물을 제작해 텔레그램 대화방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로 운영자 '박사' 조씨를 검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피의자들과 대화방 참여자들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실제, 이날 오후 12시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 청원과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 청원에 각각 109만 명과 171만 명이 동의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범행 과정에서 꼬리가 밟히지 않기 위해 텔레그램, 암호화폐 등 익명성을 내세운 인터넷 서비스를 적극 활용했다. 조씨가 검거될 당시 자택에서 1억3000만 원 상당의 현금 뭉치가 발견됐는데, 이는 텔레그램 유료 대화방 입장료 명목으로 받은 암호화폐를 환전한 돈으로 추정된다.박사방의 피해자는 미성년자 16명을 포함해 총 74명, 조씨 외에도 범행에 가담한 공범도 13명에 달했다. 유료 회원 수는 1만 명대로 추정된다. 이처럼 많은 수의 사람들이 범죄에 가담하고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데에는 텔레그램은 수사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러시아 출신 개발자들이 독일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메신저앱 텔레그램은 익명성과 보안성으로 유명하다.
실제 국내에서 텔레그램이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2014년. 당시 경찰이 정진우 노동당 전 부대표의 카카오톡 계정을 압수수색하며 2300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친구 정보와 대화내용 등을 수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민간인 사찰' 논란으로 번졌다. 이에 서버를 압수수색할 수 없고 보안성을 내세운 텔레그램으로 이른바 '사이버 망명'이 일어났다. 논란 한 달 만에 100만 명 이상의 한국인이 텔레그램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텔레그램은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익명성을 강조한 공간으로 부각됐다. 이번에 자금세탁 방법으로 사용된 암호화폐 역시 추적이 불가능하고 탈중앙적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의 자유를 불러올 것이라는 찬성론자들의 주장이 이어졌다.
그러나 텔레그램과 암호화폐 등이 강조하는 익명성은 양날의 검이 돼 범죄에 악용됐다. 권헌영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은 "경찰의 역량을 강화하고 이용자의 신고 등을 활성화 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국제 공조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외신에 따르면 마약 거래 및 불법 총기 거래, 아동 포르노 판매 등을 저지르는 범죄집단이 텔레그램으로 창구를 넓히고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이 사실을 보도하며 "이같은 변화는 불법 온라인 시장에 대한 단속과 사용자가 익명으로 남을 수 있는 암호화 앱의 도입에서 기인한다"면서도 "앱이 개발된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이유로 악용될 수 있는 기능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위수기자 withs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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