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사업에 대기업 잇단 허용
"사실상 참여기회 박탈시킨 꼴"
교육부 나이스사업 놓고 귀추 주목
"사실상 참여기회 박탈시킨 꼴"
교육부 나이스사업 놓고 귀추 주목
<자료:나라장터 및 업계 취합>
최근 대기업의 예외적 참여를 허용한 대형 공공 IT사업이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사실상 참여기회를 박탈당한 중견 SI(시스템통합) 기업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SW산업진흥법에 의해 대기업의 공공SI 사업 참여가 제한된 상황에서 정부가 예외적 허용을 남발하며 산업 생태계를 왜곡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교육부가 차세대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 사업에 대기업을 참여시키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불인정 결정에도 이례적으로 세 차례나 예외인정 신청을 하자 중견기업들이 "해도 해도 너무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차세대 사업 참여 사실상 막힌 중견기업= 2013년 1월 SW산업진흥법 개정안 시행 후 공공시장은 아이티센·메타넷대우정보·대신정보통신·대보정보통신 등 중견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대기업 인력을 흡수해 조직을 키우고 시스템을 구축·운영해 왔다.
그러나 10여 년 전 구축한 대형 시스템들이 노후화되자 관련 부처들이 차세대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잇따라 허용하고 있다. SW산업진흥법은 '국방·외교·치안·전력·기타 국가 안보사안' 또는 '신기술 적용' 사업에 대해 과기정통부 심의를 거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 작년 하반기부터 올초까지 행정안전부 차세대 지방세, 국세청 빅데이터, 기획재정부 차세대 디지털예산회계, 보건복지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등이 대기업 참여를 허용했다. 올해도 2000억원 규모의 교육부 차세대 나이스 사업을 비롯해 1000억원 대 우정사업본부 차세대 종합금융, 행안부 지방세 2단계, 조달청 차세대 국가전자조달, 대법원 차세대 등기 등이 추진된다.
◇조달청 상생협력 기준에 중견기업은 배제=그러나 중견기업은 현행 법·제도상 이들 사업에 참여 자체가 쉽지 않다. 조달청이 사업자 평가 시 중소기업 지분 50%가 넘는 컨소시엄에 상생협력 점수 5점을 주기 때문이다. 이 기준은 대기업 참여제한 이후, 중견기업과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대기업 참여 사업에도 똑같이 적용하다 보니 중견기업은 오히려 경쟁에서 배제되는 구조가 됐다. 1점 이하로 승패가 정해지는 상황에서 5점은 절대적이다. 대기업 참여 사업에서 중견기업은 지분 10%만 가져도 2점의 불이익을 받는다. 이 때문에 하도급 참여 외엔 사실상 참여 기회가 없다.
◇"프로젝트 품질·사업 연속성 문제 우려"= 중견기업들은 이같은 구조가 중견기업의 존립기반을 흔들 뿐 아니라, 공공 프로젝트 품질 저하와 사업 연속성 문제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대기업 참여제한 후 많은 인력들이 중견기업으로 이직해 7년 이상 사업을 해 왔는데, 이들이 참여기회를 잃으면 시스템 품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방세정보시스템은 메타넷대우정보,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대보정보통신, 나이스는 SGA·아이티센이 7년 이상 사업을 해 왔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중견기업들은 대기업 공공사업 인력을 흡수하고 기술투자와 사업경험을 다지면서 대기업 못지 않은 실력을 갖췄다"면서 "이들이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막으면 국가적으로도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7년간 국가 시스템을 구축·운영해 왔는데, 차세대 사업에는 주사업자는커녕 컨소시엄 업체로도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그동안의 기술·인력투자가 헛일이 되고, 협력 파트너들의 이탈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시스템 구축 후 연속성도 문제로 꼽는다. 대기업은 예외 허용을 받아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는 만큼, 이후 운영은 중견기업이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구조에선 인력과 시스템 전문성 단절이 불가피하다.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성공하더라도 이후 유지보수와 고도화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게 중견기업들의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모두가 장기 비즈니스 전략을 세우기 힘들고, 불안정한 산업구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또다른 중견기업 한 관계자는 "대기업은 참여가 제한된 공공시장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된 사업만 하고 빠져나오는 구조이고, 시장을 뺏긴 중견기업은 미래를 내다보고 인력과 기술 투자를 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면서 "시장이 불안정해지면 중소기업에도 유탄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나이스 사업에 업계 주목= 이 가운데 교육부가 차세대 나이스 사업에 대해 과기정통부의 두 차례 불인정 결정에도 3차에 걸쳐 대기업 참여허용을 신청해 논란을 빚고 있다. 교육부는 과기정통부의 불인정 결정에도 작년 12월, 올 1월 두 차례 요청에 이어 이달 초 이례적으로 세번째 신청을 강행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주 중 심의위원회를 열어 결정할 예정이다. 사업환경이 달라진 게 없는 만큼 요청이 수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중견기업들은 이와 관련해 SW산업진흥법 입법 취지를 무시한 처사라며 목소리를 높히고 있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정부부처가 국가 IT정책 취지를 역행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중소기업을 키우자고 법을 만들어놓고, 정작 중견기업으로 커지면 시장을 빼앗는다면 아무도 중소기업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 SI기업 한 대표는 "대·중견·중소기업을 아우르는 공공시장 생태계를 다시 짤 때"라면서 "상생협력 평가기준부터 기업 매출규모별 사업참여 제한 규정까지 전체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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