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안경애 칼럼] 코로나 시대, 리더십부터 재정의하라](http://contents.dt.co.kr/images/202003/2020033002102269650001[1].jpg "[안경애 칼럼] 코로나 시대, 리더십부터 재정의하라")
최근 만난 기업가 A씨는 회사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CCO'(Chief Culture Officer·최고문화책임자)로 정의했다. 그는 지난 3년간 일체의 외부활동을 중단한 채 CCO 역할에 몰두했다. 28년 된 회사를 100년 기업으로 만드는 데 문화가 핵심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매주 두 번씩 한번에 스무 명 정도의 직원들과 만나 독서감상, 살아가는 이야기, 삶의 목표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간담회와 저녁 식사자리까지 대여섯 시간 동안 함께 하며 직원들은 서로에 대한 이해를 키웠다. 회사의 비전, 성장전략 같은 업무 관련 주제는 철저히 대화에서 제외했다. 그가 300명의 직원과 3년간 가진 대화 시간은 200번에 달했다. 시간으로는 1000시간이 넘는다.
그의 신념은 대화가 생각을 바꾸고 생각이 쌓여 문화가 된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자기 얘기를 털어놓고 다른 사람의 얘기를 경청하는 훈련을 하면서 서로를 더 잘 알게 됐다. A씨는 "2~3살 차이만 나도 세대차가 있다고 하는데, 20대부터 70대까지 모인 회사에서 소통이 잘 안 되면 직원들이 엄청난 에너지를 낭비하며 지낼 수밖에 없다"면서 "3년간 이어간 대화가 팀워크와 문화로 다져져 회사 사업성과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조직도 자율형으로 바꿨다. 팀장 없이 10~20명의 팀원이 함께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다. 평가도 팀 단위로 이뤄진다.
그는 "결국 좋은 자세와 원활한 관계 맺기가 개인의 발전과 성과로 이어진다"면서 "경영자가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은 기업문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로 창업 20년을 맞은 사업가 B씨의 경영 키워드는 '자율경영'과 '사람 중심'이다. 그는 20년간 직원들에게 실적이나 목표를 한 번도 제시하지 않고, 출퇴근부터 근무방식까지 직원 친화적인 기업문화를 고집해 왔다. 그러면서 충분한 교육훈련을 통해 직원들이 실력을 발휘하도록 도왔다.
CEO가 관리하고 싶은 욕망을 내려놓자 직원들은 스스로 필요한 일과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기 시작했다. 안정된 문화 속에서 오래 일하는 직원이 많아지니 인력과 문화, 사업역량이 축적되고, 고객들이 믿고 일을 맡기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기업의 가치는 매출이나 이익 같은 숫자로만 매기기 힘들고, 직원들의 로열티와 주인의식, 일하는 문화에서 결정된다는 게 B씨의 신념이다. 최신 기술과 경영기법을 아무리 동원해도 직원들이 스스로 자존감에 차서 일하는 기업을 이기기 힘들다는 것. 기술 역시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사람 간의 소통과 관계, 친밀감을 높이는 도구로 쓰여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2020년, 전 세계는 불확실성을 뛰어넘어 초불확실성 시대를 눈앞에 맞았다. 코로나19가 거기에 불을 지폈다. 이런 시대에는 리더십의 색깔과 지향점이 달라져야 한다.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을 맞아 리더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조직원들을 신뢰하고 그들이 서로를 믿고 협력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그리고 각자의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직원들을 이어 시너지를 만들어주는 '연결자'로 뛰는 것이다. 조직 내부뿐 아니라 외부의 자원과 조력자들을 잇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문화·연결·협력(Culture·Connectivity·Cooperation)이 탄탄한 조직은 어떤 뉴 앱노멀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집중하는 CCO형 리더가 늘어나길 바란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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