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승제 정경부 기자
![[DT현장] 재난지원금, 창의적 방안 찾아라](http://contents.dt.co.kr/images/202004/2020040902152269029001[1].jpg "[DT현장] 재난지원금, 창의적 방안 찾아라")
그렇다 하더라도 건강보험료 기반으로 소득 하위 70% 줄 세우기를 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여전히 아쉽다. 국세 자료든, 지방세 자료든, 국민 소득과 재산 보유 현황을 더 세밀하게 분석해 소득 하위 계층을 정했다면 지금보다는 논란의 수위가 좀 덜했을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논란의 확산이 4·15 총선과 결합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이 소득 하위 70%에만 지급되는 선별적 복지에서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보편적 복지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편에 선 야당이 암묵적 합의를 한 까닭이다.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의견이 하나로 모아졌다면 청와대는 선택의 범위가 넓어진다. 다시 말해 모든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문제는 돈이다. 정부가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2차 추경 재원은 세출 구조조정과 지자체 재원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었다. 총 9조1000억원으로 7조1000억원은 올해 반영된 정부 예산을 줄여 마련하고 나머지 2조원은 지자체 재원을 통해 충당한다는 목표였다. 이렇게 되면 줄고있는 나라 곳간은 그나마 지킬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모든 국민에게 지원금을 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보자. 선거관리위원회는 올해 4·15 총선에 4399만명의 유권자가 참여한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만 18세부터 투표권이 주어진다. 즉 우리나라 만 18세 이상 인구가 4399만명인 것이다. 이들 모두에게 5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면 22조원의 추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80만원으로 늘리면 35조원, 100만원이면 4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세출 구조조정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규모로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잠잠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게 되고 경제활동 시계 추가 계속 멈춘다면 또 다시 재정지원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벌써 3차 추경안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이미 투입한 자금도 천문학적인 규모다. 정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에게 100조원 이상(100조원+알파)의 금융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물론 이는 금융지원으로 경기가 살아나면 다시 되돌려받는 자금이기도 하다. 하지만 예상보다 경기회복 시기가 길어지고, 도산한 기업이 늘어나면 지원 금액은 그대로 소멸하게 된다.
지난달부터 저소득층과 영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4대 보험료와 전기료를 한시적으로 감면·유예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작년부터 세수펑크가 발생했고 올해는 그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다. 관심은 이제 홍남기 부총리에 쏠린다. 홍 부총리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소득 하위 50%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 진작 효과가 낮은 계층에게까지 지급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1차 추경안 11조7000억원을 편성할 당시 '규모가 작다'는 여당의 비판에 대해 그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할 것"이라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런데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면 나라 곳간을 지키려는 홍 부총리의 그동안의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만다. 거센 여론을 어떻게 돌파할 지는 그의 손에 달린 것이다.
당·청의 입장을 모두 수용하면서도 비어가는 나라 곳간을 지켜야 하는 창의적인 정책을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 모든 국민에게 주되, 상위 계층에 대해선 '재난 지원금 안 받기' 운동, 기부를 통해 '긴급재난펀드' 사업을 추진해 정부 재원 없이 피해 기업을 더 많이 지원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겠다. 포퓰리즘에 무너진 정치권을 정부가 제대로 방어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다 가시기도 전에 '증세 부메랑'을 맞게 될 수도 있다.
성승제기자 ba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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