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관련 투자 규모 7兆 안팎
올해도 대규모 집행 의지 밝혀
글로벌 시장 주도권 확보 판단
올해도 대규모 집행 의지 밝혀
글로벌 시장 주도권 확보 판단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지난해 7조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시설 투자를 단행한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배터리 셀 제조업체 3사가 올해도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간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올해 전기차 판매가 부진할 전망이지만, 200조원이 넘는 수주 규모와 여전히 견조한 수요 등을 고려했을 때 예고한 증설 일정을 차질없이 진행해야 해서다.
업계에서는 석유화학과 전자소재 등 주력 업종이 어려운 상황에서 미래 성장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만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부진과 한국산 배터리에 대한 미국·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관심 등을 고려했을 때, 지금이야말로 '제 2의 반도체'로 꼽히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잡을 적기라는 이유에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지난해 관련 시설투자 규모는 7조원 안팎인 것으로 집계됐다. LG화학이 지난해 전지사업에서만 전년의 2배가 넘는 3조9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고, 삼성SDI 역시 전년보단 소폭 줄었지만 1조5896억원을 집행했다.
2년 단위로 시설투자를 공시하는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배터리 사업에서만 2018년과 지난해에 걸쳐 2조2928억원의 시설투자를 했다. 직전 2년(2017~2018년) 지출한 금액이 879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에만 거의 1조원대 중·후반 규모의 투자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8년(약 4조원)과 비교해 3조원 가량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배터리 셀 역시 반도체처럼 대규모 시설투자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역시 지난해 못잖은 시설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이미 올해 3조원의 시설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적이 있고,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6일 사내 메시지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면 안된다며, 미래를 위한 투자를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LG화학은 이를 위해 최근 폴란드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증설을 위해 부지를 추가 매입했고, 내년까지 20GWh를 추가한 연 120GWh(전기차 240만대 수준)로 생산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역시 60조원대의 수주잔량을 보유하는 중이고, 이를 소화하기 위해 배터리 생산규모를 2년 뒤 현재의 10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미국과 유럽 등에 증설 투자를 하고 있다.
삼성SDI의 경우 구체적인 수주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SK이노베이션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최근 중국 배터리의 부진과 테슬라의 한국산 배터리 채택 등 국내 배터리 3사에 호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지금이 주도권을 다시 찾아올 적기로 보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수년 전까지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굳게 지켰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은 중국의 물량 공세에 계속 밀려왔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월 한국 3사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처음으로 40%를 넘었다. 이는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 종료에 따른 내수시장 위축 등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석유화학과 전자 등 주력 산업 전반이 위기에 처하면서 한국 배터리 3사도 어려움에 처했다. 특히 석유화학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위축에 유가하락까지 겹치면서 올 1분기 조단위의 영업적자가 예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 등 위기 산업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살기 위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굶기면 안된다"며 "정부의 전략적인 규제개선과 지원으로 반도체 코리아의 대를 있는 전략 사업으로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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