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보전으로 내수 활성화 목적
日사례 비춰 소비효과 30% 안팎
결국 정부 지원금으로 저축한 셈
쿠폰 지급해도 '구축효과' 우려돼
현금은 부채 해결 등 활용 가능성
日사례 비춰 소비효과 30% 안팎
결국 정부 지원금으로 저축한 셈
쿠폰 지급해도 '구축효과' 우려돼
현금은 부채 해결 등 활용 가능성
정부의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이 지원금이 실제 민간소비로 연결되는 비중은 극히 낮을 수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 현금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던 일본의 경우를 보면 민간소비 연결 비중이 30% 안팎에 그쳤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최대한 민간 소비로 이어지도록 현금이 아닌 상품권을 지급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금액은 그저 기존 소비를 대체하는 수준에 불과할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6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등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등장한 긴급재난지원금은 기존 논의되던 소득 하위 70%에서 전 국민에게 지급하기로 가닥이 잡혔다. 정부는 이달 말 2차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통과를 전제로 다음 달부터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앞서 당정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효과로 '소비 진작'을 제시해왔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가계소득 보전을 통해 소비를 진작시키고 이를 통해 경제적 안전판을 마련하는 정책 수단"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 세계 금융위기가 불어 닥쳤을 때 일본의 대응에 비춰보면 긴급재난지원금이 제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일본은 국회 논의를 거쳐 '정액급부금'이라는 이름으로 18∼65세에 1만2000엔(13만7600원)씩 지급했다. 18세 미만·65세 이상에는 8000엔을 추가로 지원했다. 장기 체류 외국인도 지급대상으로 삼았던 터라 소요된 예산만 우리나라 돈으로 30조 원 규모에 달했다.
이후 일본 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분석한 결과 대략 25~32.8%의 소비 진작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가 있는 경우(40%)와 아이가 2명 이상인 경우(70%), 고령자층(37%)에선 효과가 더 높았다. 다만 지급 받은 지원금을 저축하는 경향이 많았다는 것 역시 분석의 주요 시사점이다. 더군다나 2009년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월 기준 0%를 시작으로 연중 마이너스(-) 행진을 면치 못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현금 대신 쿠폰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역시 기존 소비를 대체할 뿐 그 이상의 소비를 진작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지난 2018년도 국내 소득 하위 20% 4인 가구 연 지출은 총 1217만원, 월 100만 원 가량이다. 만약 100만 원의 지원금이 지급되면 가구는 기존 현금 지출을 지급 받는 상품권으로 대체해 지출하려던 현금을 저축하려고 하지, 100만 원을 더 지출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소득층에서는 지급 받은 쿠폰으로 기존에 이어가던 소비를 대신하되, 이미 가지고 있던 현금은 저축이나 부채를 갚는 데 쓸 가능성이 높다"며 "같은 맥락에서 중산층 등 여유 있는 계층으로부터도 쿠폰을 통한 추가적인 소비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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