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中 '세계의 공장' 역할 흔들
부품 공급망 다변화 논의 본격화
자국내 조달·생산기반 더 부각
노동시장·기업규제 달라져야
부품 공급망 다변화 논의 본격화
자국내 조달·생산기반 더 부각
노동시장·기업규제 달라져야
<자료:한국무역협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GVC)이 흔들리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왔던 중국에 대한 기업들의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고심도 깊어졌다. 전문가들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선 해외 진출 기업이 '유턴'할 수 있도록 기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복귀하고 싶은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중국에 진출해 있는 미국 회사들이 철수해 국내로 복귀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미국 정부가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와 국무부 등은 중국에서 철수하는 제조업 기업에 대해 세금 감면 혜택이나, 보조금 지급 등을 검토 중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GVC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리쇼어링'(reshoring)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리쇼어링은 해외에 진출해있는 기업을 자국으로 돌아오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말한다. 우리나라 역시 2013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을 제정한 이후 유턴기업 장려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법 제정 이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로 돌아온 기업은 연 평균 10개에 불과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리쇼어링의 중요도는 더 높아졌다. 지난 2월 코로나19로 중국 경제가 멈춰서자 국내 기업들은 연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소재부품종합정보망과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수입하고 있는 전체 소재·부품 중 중국산 비중은 30.5%에 달한다. 특히 자동차·항공기 등에 쓰이는 '와이어링 하니스'는 거의 전량을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 완성차 공장 대부분이 공장을 세워야 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국가별 생산과 교역의 정체가 GVC를 통해 전 세계로 파급·전이되면서, 글로벌 충격을 가져오고 있다"며 "정치·군사적 위험 외에도 생물학적 위험이 생산과 교역활동의 중단 가능성을 높이면서 비용이나 시장 외에 GVC에서 중요한 고려 요인으로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산업연구원은 "코로나19를 계기로 특정국에 집중된 GVC의 다변화 필요성을 인식한 기업들의 공급망 변동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GVC 확장에 따른 자국 내 조달과 생산기반 중요성이 다시 부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생산기반을 확충해 공급망의 글로벌화에서 오는 위험을 제어해야 한다"며 "제조 전문기업을 육성하고 제조공장의 국내 유턴을 지원하는 인프라 투자를 조기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턴 기업을 늘리고 안정적 공급망을 다지기 위해서는 경직된 한국 노동시장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우리나라 노동력이 질적으로 우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수성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업종의 경우엔 임금이 더 싼 국가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결국 고임금과 최저임금제, 주 52시간제 등 노동시장 경직성 때문에 리쇼어링이 잘 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경쟁 기업이 중국으로 향하는데 우리만 비싼 노동력을 쓸 필요는 없는 거 아니겠냐"면서 "리쇼어링을 촉진하려면 이런 부분을 상쇄할 만한 정부 차원의 과감한 세제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리쇼어링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과도하게 높아진 노동비용"이라며 "각종 규제가 만든 기업하기 좋지 않은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 교수도 "반기업적 규제와 유연하지 못한 노동시장"을 국내 유턴 실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박 교수는 "미국은 해고가 쉽고 이를 사회안전망으로 받쳐주는 구조이다보니 정규직 고용이 되레 활발해진다"며 "기업을 옥죄는 정책과 분위기가 만들어질수록 우리 기업은 다시 돌아오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유턴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혜택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중요도 면에서 낮은 순위를 차지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박 교수는 "법인세 등 세율이 높아 리쇼어링이 활발하지 못한다는 건 부수적 요인이고, 기업을 우대해주는 정책적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 교수 역시 "세수 측면에서 국가 재정이 크게 나빠진 상황이기 때문에 법인세를 조정하기엔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장기적으로 경제가 회복한다는 가정 아래 법인세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의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은진·김동준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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