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30년 이상의 장수 프로그램 DJ가 후임에게 마이크를 물려주고 예능 작가가 새 MC로 발탁되는 등 라디오가 2020년 봄 개편을 맞아 이색 도전을 시작했다.
애청자들은 아쉽다는 평과 함께 젊어진 새 MC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고 있다.
MBC 라디오는 오는 11일 '싱글벙글쇼' DJ를 강석·김혜영 커플에서 팟캐스트의 지존 정진영과 가수 '캔'의 배기성으로 전격 교체한다.
싱글벙글쇼는 1973년 시작된 MBC라디오의 대표적 장수 프로그램이자 시사오락 프로그램이다. 강석씨는 1984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두 커플이 함께 진행한 것은 1987년부터다. 두 커플은 30여년간 싱글벙글쇼로 소시민들의 다양한 사연과 애환을 전해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주요 정치인들의 성대모사를 통해 시국을 풍자한 '서울공화국' 코너는 시국 비판이 제한된 1980년대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이러한 성원에 힘입어 두 사람은 2005년과 2007년 MBC라디오국에서 20년 이상 진행한 DJ에게 수여하는 골든마우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떠나는 아쉬움이 있다면 반가운 인물도 있는 법. 싱글벙글쇼 새 DJ로 낙점된 방송인 정영진과 개그맨을 웃기는 가수 배기성의 유쾌한 만남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MBC 라디오본부는 벌써부터 이들의 입담에 한 껏 들떠 있다는 후문. 이중 배기성은 "MBC가 낳은 아들"이라며 "집 나간 아들이 돌아온 것처럼 부모님께 효도하는 마음으로 방송을 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50년 전통 MBC 라디오의 또 다른 대표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도 새 인물을 맞는다. 조용필의 '걷고 싶다', 박효신 '숨', 아이유 '좋은 날' 등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노랫말을 쓴 작사가이자 예능인 김이나가 제27대 '별밤지기'로 낙점됐다. 그는 "나 스스로가 별밤세대, 별밤키드로서 너무도 벅찬 일"이라며 "그 시절, 별밤을 통해 채웠던 나의 외로움과 꿈을 많은 분들과 다시 나눠가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후 10시를 수놓을 '별밤'은 학창시절 라디오를 즐겨 들었던 '3040' 청취자들의 추억을 부르는 편안한 음악과 깊이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진한 감성을 담아 낼 예정이다.
90년대 청순여신에서 최근 SBS '불타는 청춘' 치와와 커플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강수지는 '원더풀 라디오' DJ로 합류한다. 오후 8시 5분 편안한 음악으로 청취자에게 위로를 선사할 '원더풀 라디오'는 이른바 '불청세대'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시크릿 멤버 전효성은 FM4U의 감성적인 음악전문 방송 '꿈꾸는 라디오' DJ로 발탁됐다. 정치 현안에 관심 많은 청취자를 위한 프로그램도 편성된다. MBC라디오 유튜브 오리지널로 기획되어 인기를 끈 '정치인싸'는 매주 토요일 7시 5분 표준FM으로 자리를 옮겨 뜨거운 정치 이슈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패널과 대담을 나눌 예정이다. 성승제기자 ban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