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정부의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결제시장에 '10조원대 큰 장'이 열렸지만 카드사들의 한숨은 되레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사실상 마케팅을 금지하면서 모처럼 카드 플랫폼의 존재감을 드러낼 호기를 놓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1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1일부터 카드사를 통해 지급되는 재난지원금 관련 마케팅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오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정부와 카드사 간 업무협약식에서 "정부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지원금 신청을 유치하기 위한 지나친 마케팅 활동은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은 위원장의 '마케팅 제한령' 언급은 카드업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기인했다. 공적인 용도로 전달되는 재난지원금을 카드사들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 것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이에 일부 카드사는 준비해둔 마케팅 홍보를 반나절만에 철회하는 등 곧바로 당국에 백기를 들었다.
BC카드는 당일 오전 신청자 100명을 추첨해 이용금액 100%를 캐시백(최대 100만원 한도)해주는 계획을 담은 보도자료를 냈다가 취소했다. NH농협카드는 추첨을 통해 1만명에게 1만원 상당의 SPC 모바일 상품권을 준다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올린 당일 계획을 철회했다.
당국의 압박에도 일부 카드사는 고객 마케팅을 밀어붙인다. 우리카드는 일정 기간 결제실적이 없는 고객에 한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시 스타벅스 쿠폰을 지급키로 했다. 이미 고객들에 문자를 발송한 만큼 이를 취소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진행하는 이벤트다.
삼성카드는 당국 자제령을 무시하고 최근 고객들에게 '삼성카드로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면 스타벅스 또는 편의점 모바일 쿠폰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를 보냈다.
업계는 14조3000억원 규모의 정부 긴급재단지원금 사업으로 대략 10조원대의 자금이 신용·체크카드 결제시장에 흘러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대형 가맹점들과의 갈등 등으로 업황이 어려운 가운데 점유율 확대를 통한 수익성 회복은 시급한 상황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을 계기로 휴면 카드의 고객들이 카드를 쓰게 하면 차후에 카드 사용이 유지될 수 있고 이는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의 사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사실상 금지령과 다름 없는 금융당국의 마케팅 자제 조치에 업계의 불만이 적지 않다. 재난지원금의 원활한 카드 사용을 위해 전산 개발과 인프라 확충 등에 들인 시간과 비용을 들였으나 정작 과실을 챙길 수 없게 돼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의 마케팅 자제령은 시장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음을 내비친 것으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취지와도 어긋난다"며 "고객 확보라는 당근책과 지원 없이 민원 책임까지 다 떠안으라는 금융위는 손을 떼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