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장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각국의 공장 셧다운과 이동제한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줄었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하는 '리바운드(Rebound)'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이경선 미국 텍사스 A&M대학 박사는 19일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보고서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코로나19가 기후변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으로 인간 활동이 멈춰서고, 공장도 셧다운 되면서 역설적이게도 지구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깨끗해졌다. 세계 곳곳에서 야생동물이 사람이 자리를 비운 사이 도심에 나타나고, 한국의 경우 미세먼지 발생일수가 전년보다 부쩍 줄었다.
◇코로나19 이후 온실가스 급증하는 '리바운드'효과 우려=실제, 코로나19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에 크게 기여했다. 중국은 2월 초부터 3월 중순 사이에 공장 폐쇄로 인해 석탄 소비가 감소하면서 전년 대비 탄소 배출량이 약 18% 감소했다. 유럽과 이탈리아의 3월 탄소 배출량도 27% 줄었다.
인류의 재앙인 코로나19가 공교롭게도 지구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온실가스 패턴도 바꿔놨다. 미국의 경우 전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7% 감소한 가운데, 교육용·상업용 에너지 소비는 25∼30% 줄었다. 반면 이동 제한에 따라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주거용 에너지 소비는 6∼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박사는 이 같은 현상이 일시적일 것이고, 세계 각국이 경제활성화에 대대적으로 나섬에 따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하는 '리바운드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리바운드 효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된 중국에서 공장 가동이 재개되면서 대기오염과 탄소배출이 다시 회복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석유가격 폭락을 막고 화석연료 지원을 위한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점도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박사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사회 활동이 제한되면서 온실가스 배출은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장기적으로 리바운딩이 일어나고 에너지 전환을 어렵게 해 온실가스 배출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높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허리케인 등 기상재해 예측에 '악영향'=코로나19는 기상관측 데이터 수집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상업용 비행기를 이용해 온도, 풍속, 풍향 등 70만 개의 기상관측 데이터를 수집했으나, 비행이 줄면서 데이터 수집이 85∼90% 가량 중단됐다.
선박을 이용해 수집하던 해양 데이터 수집도 줄어 해양과학 관련 연구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지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대기·기후 모니터링 데이터가 급감하면서 허리케인이나 토네이도 등과 같은 기상재해 예측과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도국의 경우 이 같은 어려움이 선진국보다 더해 기상재난 발생 시 커다란 피해가 우려된다.
또한 코로나19 대책에 예산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시급성이 떨어지는 기후변화 관련 예산은 전 세계적으로 대폭 줄 것으로 보여 환경문제가 다시금 심각한 문제로 불거질 전망이다.
이경선 박사는 "코로나19 이후 기후변화 측면에서 긍정적, 부정적 영향이 공존하고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각국 정부가 경기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기 보다는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지구촌을 만들기 위한 글로벌 차원의 공동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KOSEN)의 전문가 분석 보고서인 'KOSEN 리포트'를 매주 제공하고 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