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우 연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 교수는 1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바이오 코리아 2020'에서 유망 바이오헬스케어 미래 기술로 디지털 치료제를 집중 조명했다.
디지털 치료제는 약물은 아니지만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애플리케이션(앱), 게임, 가상현실(VR) 등이 디지털 치료제로 활용되고 있다. 김 교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치료상 안전성과 효과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의료 서비스 요구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치료제의 활용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많은 분야의 일들이 비대면 쪽으로 디지털화될 것이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특정 질환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의 시장 규모는 앞으로 계속 높아질 것이고 올해가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게 많은 학자들의 예상"이라고 말했다. 치료는 상대적으로 진단보다 많은 시간이 들고 난이도 역시 높은 편이다. 그만큼 디지털 치료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고 쉽지 않은 분야이지만 성공한다면 그만큼 시장 파괴력은 클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특히 정신건강 분야에서 디지털 치료제가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 사회에서는 경쟁이 심화하며 많은 사람들이 정신건강으로 애를 먹고 있다. 사회복지상담시설 사랑의전화가 발간한 '2019 사랑의전화 상담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고민 1위는 정신건강 문제였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주변 시선을 우려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용기 내서 병원을 방문하더라도 환자와 맞는 의료진을 찾기가 어렵고, 본인과 맞는 의료진을 만나 치료 효과가 좋더라도 이직·이사 등으로 병원을 옮겨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또 제약 회사 입장에서 봐도 정신건강과 관련된 일반 의학들은 인허가 과정이 평균 15년 이상 소요되고 1조원 이상이 넘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개발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런 측면에서 보게 되면 정신건강 분야에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 막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SaMD(의료용 소프트웨어) 개발사에 사용자 친화적인 규제 가이드를 제공하는 등 디지털 치료제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마약 중독치료 소프트웨어로 미국에서 첫 FDA 인증을 받은 페어테라뷰틱스는 FDA 승인 후 기업가치 600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하나의 산업이 크기 위해서는 서로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는 파트너들이 많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한국 시장은 미국 시장에 비해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 함께할 수 있는 파트너 숫자가 많지 않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의사, 병원, 의료기관들이 디지털 치료제를 좀 더 쉽고 편리하게 만들어낼 수 있도록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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