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법령 너무 엄격하다"…논란 지속
시행령 간 형평성 격차도 해소 안돼
시행령 간 형평성 격차도 해소 안돼
데이터 3법이 지난 1월 국회 문턱을 넘어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3법 중 핵심인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이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모호해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상태로는 데이터 활용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데이터산업 성장이 힘들다는 게 산업계의 우려다.
27일 ICT업계 한 관계자는 "행정안전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에 따르면 개인정보의 추가이용과 제공, 가명정보 활용이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면서 "데이터 3법 개정 취지에 맞게 보완작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행안부는 이달 중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관련 고시를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그러나 시행령·고시 개정안 작업과정에서 업계가 제출한 의견에 대한 뚜렷한 답변 없이 입법예고를 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데이터 3법은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조치한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해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골자인데, 하위법령인 시행령에서 규정된 가명정보 이용 조건이 까다롭고, 가명정보 결합절차가 지나치게 엄격해 산업현장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 상태로는 데이터 3법 개정에 맞춰 사업 준비를 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법 규제방향에 대한 예측이 안 된다"면서 "시행령이 수정되지 않은 채 입법예고가 될 경우 혼란이 클 것"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과 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규정된 가명정보 결합절차와 가명정보 처리 수준이 다른 게 문제로 꼽힌다. 신용정보법 시행령은 데이터 결합절차가 간단하고 가명정보 처리 수준이 명확한 데 반해, 개인정보법 시행령은 절차가 복잡하고 처리 수준이 모호하다는 것.
대표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제14조 2항은 개인정보의 추가적인 이용·제공 기준을 명시하면서, 당초 목적과의 상당한 관련성, 추가 이용 예측 가능성, 제3자 이익침해 방지, 가명처리 의무 등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원래 법 조항보다 더 엄격한 것으로, 과도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가명정보의 결합절차와 관련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제29조의 2항에서 연계정보 생성기관과 결합전문기관 두 곳을 거치도록 복잡하게 규정한 것과 달리 신용정보법 시행령은 결합전문기관만 거치면 되도록 했다. 두 법 간에 불일치로 인해 개인정보처리 사업자들이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결합된 정보를 결합전문기관 내 물리적 공간에서만 분석해야 하고 반출을 엄격히 제한하는 조항 역시 원활한 데이터 결합을 막는 장애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업과 관공서, 학교들이 온라인으로 원격접속해 업무나 수업을 받는 비대면 흐름에 맞지 않고, 데이터의 활발한 이용을 힘들게 할 것이라는 것이다. 결합전문기관의 결합과 검증을 마치면 자유롭게 반출해서 분석, 활용하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전문가는 "데이터 3법 개정안이 데이터경제·산업 활성화라는 취지를 거스르지 않도록 시행령과 고시를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면서 "깜깜이식 행정이 아니라 공개적이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은지기자 kej@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