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문재인 정부가 입맛대로 부동산 규제를 뜯어고치고 있다.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 시장 안정화를 꾀한다는 취지라지만 자고 일어나면 뒤바뀌는 정책 변경으로 수요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예가 우리 국민들의 내 집 마련 수단인 청약제도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만 10번 이상 수정됐던 청약 제도는 올 들어서도 벌써 세 번이나 규칙이 개정됐다. 주무부처 국토부 공무원들은 물론이고 건설사 분양소장조차 헷갈릴 정도로 복잡해졌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7일부터 서울과 과천 등 투기과열지구의 입주자모집공고 단지에 대해 1순위 거주요건을 2년으로 강화했다. 기존보다 거주 요건이 2배나 길어졌다. 당장 2년을 실거주해야 한다는 정부 방침에 과천 등지에서는 수요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아울러 분양가상한제 주택과 투기과열지구 당첨자에 대해서는 10년간 재당첨 금지, 조정대상지역 당첨자에 대해서는 7년간 재당첨을 제한했다.
이달 들어서는 27일부터 신혼희망타운 등 수도권 모든 공공분양 아파트의 의무거주기간도 3∼5년으로 강화했다. 거주 의무 기간은 분양가가 인근 지역 주택 매매가격의 80% 미만이면 5년, 80% 이상·100% 미만이면 3년이다. 공공분양 주택 수분양자가 거주 의무 기간을 채우지 못하거나 해외 이주 등 불가피한 사유로 주택을 전매하는 경우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주택 사업자에게 되팔아야 한다. 환매 금액은 입주금과 입주금에 대한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이자밖에 안 되도록 해 시세차익은 기대하기도 어렵다. 공공주택 사업자가 환매한 주택을 재공급할 때는 공공분양의 입주요건을 갖춘 사람에게 공급해야 하고 주택을 재공급받은 이는 기존 거주 의무 기간의 잔여기간 동안 거주해야 한다. 정부는 이외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대해서도 2∼3년 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6일 용산에 8000가구 미니신도시를 조성하겠다고 깜짝 발표한 데 이어 그동안 주택 시장을 옥죄었던 강력한 규제였던 투기지역을 전격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폐지 이유는 규제의 강도가 더 이상 강력하지 않아서다. 투기지역에서는 1세대가 주택과 조합원 분양권을 3개 이상 보유한 경우 양도세율 10%포인트(p)가 가산되며, 주택담보대출이 세대당 1건으로 제한된다. 정부가 그동안 규제를 내놓으면서 양도세 중과나 대출 규제 적용 기준은 투기지역보다 약한 곳이 없어졌다.
부동산 업계는 정부가 지난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만큼, 향후에도 입맛대로식 정책에 따른 주택 시장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지난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자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며 "매매 시장에 이어 임대차 시장까지 완전히 통제해 가격 안정 효과가 나타나면 부동산 시장 안정을 내세워 내년 대선 승리를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