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에 보유세 부담 가중
국민청원 게시판에 철회 요구도
국민청원 게시판에 철회 요구도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 아파트 단지 주민 6000명이 최근 정부에 공시가격을 내려달라며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미도, 대치 쌍용 1·2차, 래미안 퍼스티지 주민들은 최근 "정부의 규제와 코로나 사태로 집값은 계속 하락하고 있지만 공시가격은 계속 올라 보유세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졌다"며 공시가격을 내려달라고 이의신청을 냈다.
실제로 강남 집주인들의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이 무색하게 역대급 세금 폭탄을 맞게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매년 급등하는 공시가에 더해 올해는 작년 말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로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까지 본격 작동한다. 평생 집 한 채가 전부인 은퇴 고령자들은 별다른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세금 충격까지 더해져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특히 강남권은 정부의 보유세·양도세 회피용 절세 매물만 간간이 거래돼 급매물 가격이 크게 떨어졌고 이로인해 아파트 시세가 공시가격보다 낮은 '역전현상'이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2% 떨어지며 9주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명분으로 일부 최고 거래가격을 사례로 삼아 공시가격을 높게 책정했다. 이 때문에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들은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3년간 공시가격이 매년 오른다. 상황이 이렇자 강남 아파트 단지 주민들간 의견을 공유하며 단체 연명으로 이의신청을 준비하는가 하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올해 공시가격 인상안을 전면 철회해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강남 주민들의 고민거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해 본격적으로 부활한 재초환 제도로 수억원에 달하는 부담금 폭탄이 현실화됐다. 재초환은 정부가 재건축 추진위 구성 시점과 입주 시점의 평균 집값 상승분에서 각종 비용을 제외한 금액이 3000만원을 초과하면 이익 금액의 10∼50%를 재건축 조합에 부과하는 제도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60여 개 재건축 사업장에 2500억원 규모의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예정액이 통지됐다. 서울에서는 반포현대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2018년 5월 조합원 1인당 1억3500만원의 예정액이 통지됐다. 최근 시공사를 선정한 반포3주구(주거구역)를 비롯해 은마아파트, 잠실주공5단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은 재건축 부담금이 수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강남 주택 시장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개발이익이 줄어든 데다, 대출 세금 압박까지 받고 있어 당분간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