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동향분석실장
![[포럼] 기업이 해결사로 등장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006/2020060802102369660001[1].jpg "[포럼] 기업이 해결사로 등장했다")
먼저 사회(S) 측면에서 봤을 때 가장 큰 변화는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렵다는 점이다. 때문에 앞으로의 사회는 언택트(비접촉) 라이프스타일이 보다 강하게 자리 잡을 것이다. 언택트. 안 만난다는 말인데, 그렇다고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연결을 의미한다.
새로운 연결은 온라인에서 더 활발해질 것이다. 거의 모든 활동을 온라인에서 하는 세대가 등장했다(인구(P) 측면). 요즘 대세인 화상회의 솔루션 줌(Zoom)을 많이 이용한다고 해서 '주머'(Zoomer)라고도 불린다. 연로하신 분들께 신기술은 그것 때문에 세상이 망하는 그런 것이다. 20~30대들한테 신기술은 그것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무기이고 전략이다. 그보다 더 어린 10세 미만의 어린이나 아기들한테는 신기술은 그냥 자기 것이다. 자기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이다. 주머들은 자신이 제작한 영상을 타인과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그것도 스마트폰을 사이에 두고 혼밥·혼술하면서 즐긴다. 이렇게 이미 확대되고 있었던 언택트 문화는 더 다양한 세대로 퍼질 것이다.
환경(E)의 프리즘으로 보면 그 동안 잊고 있었던 파란 하늘, 맑은 공기를 다시 찾았다는 기쁨이 있다. 코로나를 계기로 환경보호, 생태계보전에 대한 관심이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위기가 환경 훼손으로 인한 자연 생태계 파괴에 있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피스, 건물 및 도시는 바이러스의 공격에 폐쇄되는 무력한 모습을 극복하고 바이러스를 막는 선봉장이 되어야 한다. 그 힘은 기술에서 나올 것이다. 신선한 공기를 건물 안으로 가져오는 것이 매우 중요해지면서 미래에는 지표면·건물면의 바이러스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는 첨단 감지기가 등장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한다면 깨끗한 '환경'이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공간 및 건물이 각광받을 것이다. 어떻게 가능한가. 기술(T)이 답을 해 줘야 하고, 그럴 것이다.
많은 산업에서 기술은(Technology) 디지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향후 디지털 경제는 가속화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해 본 재택근무, 원격 화상회의의 생산성이 확인되면 코로나가 잠잠해져도 이런 코로나 비즈니스 관행은 상당 부분 유지될 것이다. 원격의료,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 등은 많은 데이터를 요구하는 시스템 상에서 더욱 원활하게 작동된다. 향후 5G 통신망, 인공지능, 플랫폼 등 디지털 관련 인프라 부문에서 신사업 기회가 펼쳐질 것이다. 생산 요소 측면에서는 보았을 때 가뜩이나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경영이 악화되고 있었던 점을 해결하는 방법이 의외의 각도에서 나타났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로봇의 안전성이 부각되어 이제는 정말 서비스로봇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지고 있다. 서비스로봇의 전성시대가 예상된다.
포스트 코로나 대전환이라고 해서 방향이 180도 반대로 가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익숙했기에 고집했던 것들을 코로나 바이러스 덕택에 버릴 수 있게 되었다. 몸이 불편해도 참고 출근하는 것이 민폐가 된 세상, 이제 아프면 조금은 당당히 쉴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효율성을 강조했었지만 이제는 안전성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경영은 어느 정도 비효율성을 감수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언택트, 디지털, 친환경 등의 새로운 시대에 기업의 역할은 무엇일까. 디지털 경제화의 실질적인 일꾼이 되는 것은 기업 본연의 의무이다. 그 이상이 필요하다. 기업은 가짜뉴스에 불안한 개인을 잡아 주어야 한다. 기업은 포퓰리즘에 휘둘리는 정부를 대신해 '위기'를 통제할 수 있는 존재가 돼야 한다. 기업은 4차산업혁명 시대의 첨단 기술을 보유한 존재다. 위기 발생 시 위험 요소를 식별할 수 있고 복잡한 상황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다. 보유한 기술을 사용하여 위기에 직면한 사회가 더 흔들리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위기에 우리는 위기의 사회를 안정시키는 기업의 노력을 보았다. 확산되던 바이러스가 창궐까지 가지 않도록 한 진단키트, 자가격리를 가능하게 한 택배 시스템. 작은 사례일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지만 누군가는 일하고 있다는 안정감을 가질 수 있었고, 사회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는 연속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기업은 그 자신을 위해서 수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도 안정적인 통제감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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