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바닥을 드러낸 나라 살림을 우려해 일정한 재정적자와 채무비율 기준을 세우자는 '재정준칙'이 좌초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176석에 달하는 과반수를 차지한 거대 여당이 '기본소득제'와 '전 국민 고용보험' 등 포퓰리즘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 일부 의원들이 유례없는 속도로 치솟는 국가채무비율 한도를 정하는 재정준칙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재정 확대 필요성만 연신 되풀이하는 거대 여당이 법안 보이콧에 나설 것이 뻔하다는 관측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국가 재정악화가 심각하다며, 반드시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야당을 중심으로 한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달 초 류성걸 미래통합당 의원과 같은 당 추경호 의원이 차례대로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가채무비율을 45% 수준으로 유지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2~3% 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야당의 법안 발의는 빠르게 증가하는 나랏빚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당이 (재정준칙에) 관심이 별로 없다. 재정준칙 얘기를 자꾸 하는 것은 부채를 짊어지고 몇 년 후에도 계속 (기본소득을) 줄 수가 없기 때문'이라며 "증세가 필요하지만, 정치권이 증세 얘기를 꺼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현실적으로 재정준칙 도입이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그래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과거에는 재정이 관리되는 수준이었다"며 "43.5%(3차 추경 시 국가채무비율)에 얼마가 더 늘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캡을 씌워놔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코로나19 위기 타개를 위해 48년 만에 3차례에 달하는 추경으로 총 60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3차 추경만 해도 35조3000억원 규모로, 기존 역대 최대인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2009년 추경(28조4000억원)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 중 적자국채를 23조8000억원 발행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5.8%,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3.5%로 치솟을 전망이다. 모두 역대 최대치다.
기본소득제와 전 국민 고용보험 등 포퓰리즘 정책을 내세우는 민주당도 이전 정권에선 재정건전화법을 발의하며 나라살림에 우려를 표시했다. 2016년 12월 당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해 늘어나는 신규 국가채무를 전년도 국내총생산(GDP)의 0.35%로 제한하는 내용의 재정건전화법을 대표 발의했다. 당시 같은 당 의원 36명의 동의를 얻었지만,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폐기됐다.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