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일 산업부 재계팀장
![[DT현장] 檢, 지금이 발목잡을 때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006/2020061102152219805002[1].jpg "[DT현장] 檢, 지금이 발목잡을 때인가")
앞서 이 부회장은 직접 기자회견을 자처해 경영승계 관련 논란에 대해 사과했고, 심지어 '자녀에게 경영 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부모로서는 마음 아픈 선언을 대중들 앞에서 했다. 또 준법경영을 철처히 하고 노동조합의 권리도 적극적으로 보장하며 외부 목소리도 경청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검찰에 의해 또 다시 과거로 끌려갔고 또 다시 풀려났다.
삼성을 취재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삼성특검 때부터였다. 이후 12년이 지났지만 경영승계 의혹은 계속 도돌이표다. 이쯤 되면 이제 그만 놔줄 법도 한데 재계 1위인 삼성 총수의 위상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물론 이 부회장도 법 앞에서는 평등하고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허나 이번 검찰의 삼성 흔들기는 기름집 앞에서 불장난을 하고있는 것이 아닌지 불안하기만 하다.
삼성전자는 세계 1위 스마트폰·반도체 업체다. 우리나라의 수출 뿐 아니라 법인세의 20% 안팎을 책임지는 국가대표 기업이다. 투자와 일자리 창출 규모도 대한민국 기업 가운데 가장 크다. 그런데 지금 한국 경제의 상황은 만만찮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락 다운'에 걸렸고,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나라는 팔 곳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나마 반도체가 버텨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반등하던 D램 등 메모리반도체의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불안하다.
이 와중에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반도체로 튀면서 양국이 언제 '삼성 흔들기'로 신경전을 할 지 모르는 좌불안석 상황이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 일본과의 관계 악화를 자초해 반도체 소재·장비 위기까지 다시 몰려들고 있다. 국내 상황도 만만찮다. 지난달 실업률은 4.5%로 1999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역대 5월로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의 불안감에 시장이 얼어붙었고, 불확실성은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같은 미증유의 위기 속에서 그나마 온라인 채용시험을 업계 최초로 실시하고 18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결정한 곳이 바로 삼성이다.
따라서 삼성의 선장을 '구속'하는 일은 신중을 기해야 할 일이다. 심지어 이 부회장은 거주지도 확실하고 코로나19로 인해 도주할 곳도 없다. 만약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었다면 1년 반이 넘는 검찰 수사 기간을 고려했을 때 이미 진작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결국 2000년대 이후 이어진 우리 사법부의 '불구속 재판의 원칙'까지 깨가면서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하려했던 의도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 검찰이 유죄라고 확신한다면, 그리고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으면 재판에서 증명하고 죗값을 치루게 하면 될 일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도, 그리고 다른 일반 시민도 주권을 가진 한 명의 자연인으로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 과거 고도 성장기에는 비리와 학연·지연·혈연 등 미성숙한 사회 제도로 인해 일부 재벌 총수들이 특혜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정 반대다. 오히려 재벌 총수에게 더 가혹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에게 부탁한다. 지금은 검찰이 주목받을 때가 아니다. 국가 경제가 백척간두인 상황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권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역시 철저히 해 죄가 있다면 반드시 벌을 받게 해야 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지금 당장 도망가거나 서류를 불태울 방법은 거의 없다. 이제 준법경영을 약속한 만큼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검찰 본연의 임무는 어느 정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럼에도 검찰 스스로 기득권과 자존심에 집착해 '이재용 흔들기'를 계속한다면 국민들의 외면을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 재판장에서 보여주면 될 일이다.
박정일 산업부 재계팀장 comja77@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