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자금 '구글식 성장'… 규모의 경제 실현
품목 특허만료 대비 복제약과 경쟁서 우위선점
로슈, 제넨텍 인수 글로벌제약사 톱5 입성 계기
품목 특허만료 대비 복제약과 경쟁서 우위선점
로슈, 제넨텍 인수 글로벌제약사 톱5 입성 계기
글로벌 제약 공룡들이 공격적인 M&A(인수합병) 전략을 펴면서, M&A를 통해 세계 IT 시장을 평정한 이른바 '구글식 성장'모델이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글로벌 IT공룡 구글이 탄탄한 자금력을 무기로 과감한 M&A로 문어발식으로 시장 지배력을 키웠던 확장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미래 신약개발을 위해 자체 R&D(연구개발) 역량을 키우기 보다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기술기업들을 발빠르게 인수하며, 급격히 세를 불리고 있다.
특히 품목 특허 만료에 대비해 혁신적인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M&A를 적극 활용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제네릭(복제약)과의 경쟁이 불가피하고, 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약가를 낮출 수밖에 없는 산업적 특성이 결과적으로 글로벌 빅파마들을 M&A 시장으로 내몰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여 년간 대형 M&A를 통해 덩치를 키워 온 제약사들이 글로벌 매출 상위에 포진해 있다. M&A 히스토리가 곧 글로벌 빅파마들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2018년 매출 기준 세계 1위 제약사인 화이자의 경우, 2000년 워너램버트사를 1118억달러에 인수해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를 확보했다. 2003년에는 600억 달러를 들여 파마시아를 인수해 소염진통제 쎄레브렉스를 차지했다. 2010년 이후에도 M&A는 지속됐다. 2015년에 152억달러를 투입해 바이오시밀러 기업인 호스피라를 편입시켰고. 2016년에는 항암제 개발사인 메디베이션을 140억달러에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종양 치료제 개발을 위해 어레이 바이오파마를 114억달러 규모에 인수하는 빅딜을 이어갔다.
시장점유율 2위 노바티스도 지난 2010년 393억달러에 안과 관련 세계 최대 제약사인 알콘을 인수했다. 3위 로슈도 지난 2009년 제넨텍을 468억달러에 사들였다. 제넥텍 인수는 로슈에 있어 글로벌제약사 톱5 입성 계기가 됐다. 4위 머크는 2015년 생명과학 기업 씨그마알드리치를 편입시켰다. 인수 금액은 170억 달러였다.
중견 제약사들의 M&A도 본격화 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중 6위 기업인 사노피는 2004년에 아벤티스(650억달러)를 인수했고, 2011년에는 20조원 이상을 들여 젠자임을 매입하면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18년에는 혈우병 및 희귀혈액질환 치료제 연구개발력을 갖춘 바이오버라티브, 아블링스까지 인수했다.
8위 애브비는 지난해 '보톡스' 전문업체로 잘 알려진 아일랜드 제약사 엘러간을 인수하면서, 세계 미용치료 개선제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인수 규모는 630억 달러에 달한다. 주력인 면역학·혈액종양학 분야에서 미용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게 된 것이다.
이외에도 최근 길리어드사이언스에 M&A를 제안한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지난 2007년 바이오사업 확대를 위해 156억 달러를 투입해 메디뮨을 인수한 바 있다.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은 이들 글로벌 업체간 합종연횡에 따라, 요동치고 있다. 특히 세계 의료, 제약시장이 기존 화학제약 중심에서 유전체 기반의 바이오 시장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세계적인 빅파마와 신흥 바이오 전문업체간 전략적 결합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들은 특허 만료와 함께 선두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큰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을 거액에 인수하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양적팽창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이미 세계 제약시장에서는 M&A가 경쟁력 사수를 위한 필수전략으로 자리잡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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