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주택 임대차 보호 3법을 두고 주택시장이 격양된 분위기다. 임대차 3법은 전·월세 거래 신고제(부동산거래신고법), 세입자가 원하는 기간 거주할 수 있는 계약갱신 청구권,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인데, 정부가 지나치게 사유재산에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위헌 소지가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이번 법안 개정을 통해 세입자가 희망할 경우 집주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전월세를 무한정 재계약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논란의 중심이다. 세입자가 원하면 평생 해당 집에 대한 소유권은 세입자에 귀속되지만 주택 종부세는 집주인이 내야하는 것도 모자라 세입자를 내보내야할 경우에는 집주인이 웃돈을 줘야만 하는 상황이 펼쳐지게 돼서다. 이 때문에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볼법한 재산권 침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개정안에 세입자가 석달치 월세를 연체한 경우, 세입자가 임차주택을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등 예외 조항을 둬 집주인이 세입자의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했지만, 계약 자유 등의 원칙에 위반되는 등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번 논란은 문재인 정부가 2017년 12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정부는 올해 주거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임차인 보호를 한층 강화하겠다며 임대차 신고제를 포함시켰다. 또 주택임대차 신고제 실행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에도 나섰다.
전월세신고제는 전월세 거래도 주택 매매처럼 30일 내 실거래가를 신고하게 하는 제도다. 실거래 신고된 전월세 주택은 임차인의 확정일자가 자동으로 처리돼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고 정부는 전월세 시장의 통계를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임대인은 전월세 내용이 공개되면서 임대소득 세원이 그대로 노출된다. 전월세신고제는 계약갱신청구권제도와 전월세상한제를 운영하기 위한 기반이기도 하다.
부동산 정책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법안이 아직 처리되기도 전이지만 최근 전월세신고제 실행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는 용역제안서를 통해 "전월세신고제 시행을 위한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법적보완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을 추진하기 위한 정확한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이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법안이 국회 문턱을 통과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전월세 신고제만 하더라도 국회가 4번 바뀌는 동안 매번 국회 문턱만 맴돌았다.
정부의 규제로 주택을 구매하기가 어려워지자 수요자들이 전세로 돌아서면서 전세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매물 부족 현상 등으로 전주(0.04%)와 비교해 0.06% 오르며 상승폭을 키웠다.
상승세로만 따지면 작년 7월 1일 0.01% 이후 50주 연속 상승세다. 전세 시장에서는 집주인들이 임대차 보호 3법 시행 전 전셋값을 막판 올리게 되면 가격 급등과 매물 부족으로 세입자들이 주거 불안에 내몰릴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전월세 시장은 확정일자로만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거래 투명성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다만 워낙 파급력이 크고 전셋값 상승에 따른 주거불안 문제 등 부작용이 예상되므로 무기한 연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전월세 무한연장 법안을 두고 주택 시장이 연일 시끄럽다. 과도한 사유재산 침해라는 지적과 함께 위헌소지가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