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LG화학이 자국보호주의의 만리장성을 넘고 중국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2위로 단숨에 올라섰다. 사실상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과 유럽, 미국에서 모두 톱2에 들어가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여기에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한국 배터리에 대한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어 '배터리 코리아'가 반도체에 이은 핵심 국가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결국 수출 중심 국가가 보호무역을 넘을 방법은 기술력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15일 시장조사업체 배터리차이나에 따르면 LG화학은 5월 말 기준 올해 중국 시장 누적 전기차 배터리 탑재량에서 2087MWh를 기록해 BYD(1943MWh)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현지 시장점유율 2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는 LG화학과 세계 1위를 다투는 중국 CATL로 6178MWh의 압도적인 위상을 유지했다.
LG화학을 비롯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 결정 직후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사실상 현지에서 순수전기차용 배터리를 단 한대도 팔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집계에서도 LG화학의 지난해 배터리 탑재량은 0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작년 말부터 전기차 보조금 축소 움직임과 함께 빗장을 풀었고, 이후 올 들어 LG화학의 원통형 배터리를 장착한 테슬라 모델3의 선풍적인 인기가 점유율 상승세를 이끌었다. 현재 중국에서 판매 중인 LG화학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모델3와 GM의 뷰익 벨리트 6 뿐인데, 뷰익의 경우 5월부터 판매에 들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없다.
특히 전반적인 시장 위축에도 LG화학의 점유율은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5월 한 달을 보면 1위인 CATL의 경우 전월보다 10.4%, 3위인 BYD는 27.7%나 탑재량이 줄어든 반면 LG화학은 8.8% 증가했다. 이에 따라 LG화학과 BYD 간의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다만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에 따라 테슬라와 제너럴모터스(GM)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CATL 등 현지 배터리 업체들과 합작사업을 추진하는 점은 불안 요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CATL이 테슬라 모델3에 탑재할 것으로 알려진 '각형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LG화학의 리튬이온배터리 수준까지 성능을 끌어올리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중저가에는 CATL을, 고성능 사양에는 LG화학의 배터리를 각각 탑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오는 2022년에는 중국 현지 1위 완성차인 지리자동차와의 배터리 합작법인이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면 LG화학의 성장세는 더 가파를 것으로 기대된다.
LG화학은 중국·미국과 함께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유럽 시장에서도 7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백영찬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5월18일 기준 LG화학과 CATL의 시가총액은 각각 24조원과 52조원이지만 올해부터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며 "향후 3년간 가장 큰 폭의 성장과 이익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은 LG화학"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내에서 테슬라 모델3의 흥행이 예상보다 더 뜨거워짐에 따라 LG화학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의 흑자 전환 시점도 더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전기차 배터리가 올 3분기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1분기의 경우 전지사업부문에서 5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과 중국 등 세계 각국이 전기차 시대를 맞아 배터리 자국화에 조 단위의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한국산 배터리의 성능과 양산능력을 따라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특히 배터리 성능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화학소재 최적화의 경우 경험치가 없으면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만큼, 반도체에 이은 우리 주력 수출로 조만간 자리를 굳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세계 전기차 시장 규모가 지난해 약 320만대에서 오는 2025년 1600만대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