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포럼] 돈 안 쓰고 경제 살릴 길 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006/2020061702102369061001[1].jpg "[포럼] 돈 안 쓰고 경제 살릴 길 있다")
많은 국민은 정부와 지자체가 뿌린 재난지원금을 받아 작은 기쁨을 맛보고 있다. "재난지원금으로 모처럼 소고기 사셨다니 가슴 뭉클하다"고 한 문 대통령의 언급은 국민의 삶을 생각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감성적 표현이다. 돈 받고 기뻐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그 기쁨은 지속되지 않고 또 지원금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바뀌고,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불만으로 변할 수도 있다.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려고 하거나 감성적 판단으로 정책을 추진하면 그게 바로 포퓰리즘이다. 그런 경우 국가 빚 걱정하며 재정건전성을 따지는 이성적 접근은 설 땅을 잃는다.
긴급지원금은 코로나 사태로 어려워진 소상공인과 서민에게 집중하고 기업에 힘을 실어주어야 했다. 그게 긴급재난지원이라는 이름에 걸맞다. 올해 예산은 9.1% 늘어난 512조3000억원이었다. 이미 1,2차 추경으로 24조원, 현재 추진 중인 35조원 규모의 3차 추경까지 합하면 재정총동원이다. 국가 빚 따지지 말라고 하지만 국가재정과 국가채무는 무한정 늘릴 수 있는 게 아니다. 국가 빚은 한 번 늘어나면 계속 늘어나게 돼있다. 한국은 초저출산국이다. 재원마련 방안과 누가 어떻게 국가부채를 갚을까를 생각해야한다.
코로나 사태로 세계는 자유무역주의 후퇴와 탈(脫)세계화 기조로 바뀌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경제에 치명적이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저임금과 넓은 시장을 찾아 해외로 나간 기업의 귀환, 즉 리쇼어링을 서둘러야한다. 리쇼어링 지원법이 있지만 규제는 여전하고 효과는 거의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해외에 있는 한국 기업 5.6%만 돌아와도 일자리 13만개를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의 주력산업이 중국에 과도하게 집중돼있다는 점과 중간재를 중국에 의존하는 공급구조도 근본적으로 검토하고 공급망의 다변화도 서둘러야한다. 미·중 갈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세계 주요국은 파격적인 정책으로 기업의 리쇼어링을 서두른다. 독일의 경우 최저임금 인하, 근로시간 유연화, 법인세율 인하 등을 주요 개혁 과제로 선정, 위기 극복에 총력을 쏟고 있다.
생산·수출·고용 통계는 최악으로 치닫는다. 실업자는 늘어나고 취업자는 그 자리를 유지한다는 보장도, 실업자가 일자리를 찾을 가능성도 희미하다. 고임금에다 일감이 밀려도 '5시 칼 퇴근'하는 우리의 노동환경은 리쇼어링은 고사하고 최근 LG전자가 구미사업장 생산라인 일부를 해외이전하기로 한데서 보듯이, 국내기업을 해외로 내몬다.
전경련에 따르면 국내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리쇼어링을 고려하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법인세 인하, 주52시간제의 탄력적 운용, 노동계의 협력, 규제 혁파 등 여건을 개선하면 해외로 나간 기업은 들어오지 말라고 해도 들어올 것이고 국내기업도 힘을 얻을 것이다.
정부는 돈 풀어 2022년까지 55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지만 정부가 일자리 만들어 통계숫자 부풀리고 공무원과 공기업 취업자 늘리는 게 고용정책 아니다.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하는 한 일자리 늘릴 수는 없다. 탈(脫)원전정책만 거두어도 고용은 크게 늘어난다.
비상시국인데도 비상대책이 안 보인다. 고용대란이 펼쳐지고 있는데도 경제계는 노동계의 '고통분담'을, 노동계는 '해고금지'를 요구한다. 어쨌든 기업이 살아남아 일자리를 만들어야 그런 주장과 요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일자리 만들기는 각종 규제 풀어 기업 할 환경 만들기다. 원격진료나 승차공유 등을 막는 규제를 그대로 두면서 무슨 규제혁파를 말하는가. 돈 안 쓰고 경제 살리고 고용 늘리는 길을 두고 엉뚱하게 돈 풀 생각만 하는 정책으론 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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