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직접 기소여부 판가름
개최 당일 결론 내놓을 가능성도
불기소 권고 땐 檢 입장도 남감
무역분쟁·코로나19 등 악재 산적
대규모 투자·M&A 차질 불가피
결국 미래 경쟁력까지 영향 우려
개최 당일 결론 내놓을 가능성도
불기소 권고 땐 檢 입장도 남감
무역분쟁·코로나19 등 악재 산적
대규모 투자·M&A 차질 불가피
결국 미래 경쟁력까지 영향 우려
삼성전자 제공
26일 '이재용 수사심의위' 개최
[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오는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검찰 수사심의위를 앞두고 재계가 긴장 속에서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수사심의위의 권고가 강제성은 없지만, 검찰이 이를 거부할 경우 2018년 제시한 자체 개혁 방안을 스스로 거부하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21일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지난 2017년 2월 말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기소 이후 지금까지도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같은 혐의로 40개월 만에 또다시 기소 여부를 다투게 된 데 대해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경우 삼성은 물론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재계·전문가들 "이재용 기소 시 몇 년간 삼성 경영시계 멈춰"…국부유출 우려도=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 교수는 "구속이 돼도 옥중경영을 할 수는 있지만, 자세하게 자료를 검토하고 사장들과 의논을 할 수 없다"며 "단기적으로는 이 부회장이 없어도 반도체나 이런 것들은 성과를 내는 것은 문제는 없으나 미래 삼성의 경쟁력을 좌우할 만한 큰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경우 집중 심리가 이뤄질 경우 매주 2~3회꼴로 재판정에 설 수밖에 없고, 재판 준비를 위해 기업 활동에 집중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번에 기소가 결정되면 최악의 경우 이런 상황이 길게는 앞으로 몇 년 간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고 말했다.
외신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보도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8일 "이 부회장의 부재시 M&A나 대규모 투자 등 주요 결정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은 물론 '포스트 코로나' 준비를 위한 범국가적 노력에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기소로 인한 부정적 파급 효과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오너 리스크'에 따른 국부 유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과거 미국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승인한 한국 정부를 상대로 8000억원 규모의 투자자-국가간 분쟁(ISD) 소송을 제기한 바 있어,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가 엘리엇 등의 무차별 공세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경영상 필요성을 고려한 것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는 분식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기존 법원의 판결문과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다시 기업 총수에 대한 위법 논란이 벌어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檢, 수사심의위 불기소 결정 시 고민 빠질 듯…"구체적 혐의 소명해야"= 이 같은 상황에서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를 권고할 시 검찰의 입장은 난감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 부회장 기소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지현 법무법인 참진 변호사는 "기소를 위해 검찰은 이 부회장의 분식회계, 시세조정, 그리고 구체적인 지시개입 등의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데 최근 기각 결정문을 보면 혐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었다"며 "혐의가 구체적으로 소명이 안 됐기 때문에 검찰이 불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수사 공정성 확보를 위해 스스로 도입한 수사심의위 의견을 검찰이 따르지 않을 경우, 이에 따른 비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지난 8번의 수사심의위에서 나온 결정을 검찰은 모두 따랐다"며 "만약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를 권고했는데 검찰이 기소 방침을 고수할 경우 '왜 이번에만 따르지 않았느냐'는 여론 비난을 피할 수 없는데, 검찰은 이를 설명하기 위한 명분을 축적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것"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가 늘면, 앞으로 합병에 나서려는 기업이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합병에 대한 리스크가 확대됨에 따라 과정과 비용이 복잡해져 이를 꺼리는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합병비율을 정하는 산식을 정해두고 있는데, 뒤늦게 검찰이 문제 제기를 하면 자본시장법 시행령 자체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며 "또 주주총회에서 합병비율에 대해 주주 대부분이 찬성을 한 사안인 만큼, 이는 주주 의견을 무시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운명의 날' 앞두고도 현장 챙기는 이 부회장…책임 경영 강화= 이 부회장은 수사심의위를 일주일 앞두고도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 19일 이 부회장은 반도체 사업부 사장단과 함께 화성사업장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차세대 기술 및 제품 개발 현황과 전략을 살펴봤다. 지난 15일 각 사업장을 찾아 반도체·스마트폰 부문 최고경영진과 릴레이 사장단 회의를 한 지 나흘 만에 다시 현장 경영에 나선 것이다.
지난 18일에는 중소 팹리스 업체가 서버 없이도 반도체 칩 설계를 할 수 있는 '통합 클라우드 설계 플랫폼'(SAFE-CDP)을 출시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뿐 아니라 중소 팹리스 업체들도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구속영장 기각 후 현장 경영에 나서는 것은 위기에 내몰린 반도체, 스마트폰 등 핵심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 연이은 악재로 이 부회장이 절감하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19일 반도체연구소를 직접 찾은 자리에서 그는 "가혹한 위기 상황"이라며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민주기자 stella251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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