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심화영 기자] "월마트도 아마존에 밀렸지만 부활했다. 아마존과 같은 방식으로 싸워서 이긴 게 아니다. 오프라인 자산을 활용해 고객들이 옴니로 변신하도록 해야 한다." 대형마트가 코로나19와 유통규제로 고전하면서도 한편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잠실 롯데월드몰 맞은편 롯데캐슬 건물 내 위치한 롯데마트 본사에서 박세호 롯데마트 디지털전략부문장을 6일 만났다. 그는 지난 4월 28일 문을 연 스마트스토어 매장(광교점·중계점)을 기획한 장본인이다. 스마트스토어는 '매장의 물류 거점화를 통한 옴니(Omni) 매장'이다.
중국에 롯데마트 매장이 100개 넘던 당시 해외사업팀장을 맡아 10년 가까이 중국사업을 담당했던 박 부문장은 북경과 상해의 고급슈퍼마켓에서 천장바구니에 상품을 집어넣고, 후크에 걸면 덜덜덜 올라가 이동하는 것을 보고 이를 대형마트에 접목한 '스마트스토어'를 기획했다.
박 부문장은 "상품이 후크 형태로 이동하는 것은 의류 물류센터 형태"라면서 "어떻게 하나 고민하다가 (대형마트는)컨베이어 벨트를 달자"는 첫 시도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백화점은 단품 하나 배송이지만 마트는 1인 고객이 평균 12개를 시키는 장바구니다. 자동화설비를 갖춰 스피드와 함께 배송단가를 유지해야 하는 게 과제다.
롯데마트는 전 점을 오는 2023년까지 옴니화 시켜나갈 계획이다. 광교점·중계점에 이어 부산과 광주에 스마트스토어 오픈을 검토 중이다. 박 부문장은 "마켓컬리도 쓱 새벽배송도 서울·수도권밖에 안된다"면서 "지방은 아직 혜택을 잘 못보고 있어 부산에 10월말 오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스토어는 오프라인 매장이 존재하지만 곳곳이 디지털화된 매장이 컨셉이다.
온·오프라인 통합 풀필먼트 스토어 구축을 통해 '바로배송'으로 차별화한다는 게 가장 큰 전략이다. 롯데마트 스마트 스토어는 주문부터, 매장·후방 패킹과 검수, 출하까지 30분 이내 이뤄져 최단 1시간 내 배송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롯데마트는 2만원 이상(다른 마트는 4만원 이상)이면 바로배송이 가능하다.
또 스마트스토어의 스마트카트에는 태블릿 모니터를 달아 놨다. M쿠폰 앱 회원의 경우 회원의 개인정보가 인식돼 패스트 트렉처럼 간편결제 후 전용게이트로 나갈 수 있다. 스마트 스토어의 무인 계산대와 유인 계산대 비중은 8 대 2다.
박 부문장은 "일평균 1300건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대형마트 매출의 85~90%는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나오고 있고, 점포 주변의 핵심상권 고객들이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은 먹거리를 시켜야 하는 만큼 신선식품 20년 소싱능력과 매장 내 콜드체인을 강점으로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B2B물류로 제조사가 상품을 납품하면 각 점으로 이송하는 게 롯데 물류센터의 역할이었다. 반면 쿠팡이 만드는 물류센터는 B2C배송이 전제다. 롯데는 이미 오프라인 점포망을 갖춰 놨으니 그 점포를 배송거점으로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박 부문장은 "전통적인 대형마트는 곳곳에 출점을 많이 해야 했지만 이제 물리적인 거리의 한계가 사라지면서 점포를 과거 상권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배송거점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라면서 "온라인 관점에서의 점포 운영이며 롯데마트 매장의 변신 성고 여부에 따라 폐점 계획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모든 매장이 스마트스토어가 될 여건을 갖춘 게 아닌 만큼 강변·송파·의왕 등의 매장은 다른 방식의 변신을 검토 중이다. 박 부문장은 "매장에서 고객주문이 들어오면 피커들이 고객주문을 완성하는데 1시간에 1사람이 만들 처리할 수 있는 건수가 4~5건"이라면서 "고객주문이 들어오면 고객별이 아닌 분류별로 담고, 후방 일부 공간을 활용해서 자동화설비를 갖추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계점만 되는 드라이브스루 매장도 연내 5개로 확대한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