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렬 서울예술대학교 영상학부 교수
![[포럼] 코로나 `집콕` 시대, 위기의 공연예술](http://contents.dt.co.kr/images/202007/2020072002102369660001[1].jpg "[포럼] 코로나 `집콕` 시대, 위기의 공연예술")
하지만, 온라인 공연 선전의 휘황한 빛에 의해, 대다수의 공연예술인이 '집콕'하며 움츠려 있는 어두운 현실이 덮여질까 우려된다. 대부분 고용보험도 없는 공연예술가들이 불 꺼지고 문 닫힌 공연장을 바라만 보면서 생계의 막막함과 두려움 속에서 내쉬는 한숨이 잊혀질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예술대학에 출강하는 한 중년의 가수는 지난 22년 동안 1주일에 2번씩 재즈 클럽에서 공연했으나 지난 6개월 여 동안에는 한 번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10년 역사의 '재즈 파크'라는 공연이 최근 재개되어 참여했으나 감염 우려에 대한 강박감 때문에 400석 객석의 3분의 1만 앉은 관객을 흥분시킬 추임새를 넣는 데 주저했다고 한다. 그는 "음악 하는 친구들 가운데 생계 때문에 악기를 내다 파는 경우까지 있다"고 전했다. 지역의 어린이 뮤지컬 등에 고정 출연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예술대 학생들도 공연이 멈춰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동숭동 소극장의 연극인들은 방역 지침에 따라 관객을 앉히는 방식으로는 연극 제작비도 건질 수 없어 공연을 재개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 연극 연출가는 "공연에 열정을 바치다가 생계 때문에 대리운전을 하러 가거나 식당 서빙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 광역 지자체가 산골 구석까지라도 예술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동네 마당까지 찾아가도록 하는 예술정책을 내걸어 이를 담당하던 소규모 예술단체들도 문제다. 크고 작은 행사에 클래식이나 대중음악 연주가를 초청하던 이른바 하우스 콘서트도 모두 사라졌다. 전국의 수 많은 공연예술가들이 코로나19로 '공연 취소'라는 말만 듣는 악몽 속에서 생계의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 19 이후 온라인을 어쩔 수 없는 돌파구로 삼으며 온라인 공연 작품 지원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공연을 통해 공연료 수입을 얻는 기회는 극히 소수에게만 주어진다. 영상을 제대로 만들려면 여러 대의 카메라와 음향 · 조명시설이 필요하고, 촬영·편집 등 전문가의 지원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소규모 음악·연극·무용 단체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어렵사리 공연영상을 만들어 온라인에 올린다 하더라도 후원 수익은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미디어 역사를 보면, 라디오가 발명되고 확산된 이후 방송국에서 녹음된 음악을 방송으로 내보내면서 라이브 음악공연을 하던 음악가 다수가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었다. 1930~1940년 대 미국음악가협회(AFM)는 라디오 생방송 음악연주자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싸웠지만, 1950년 대 초 라디오의 생방송 음악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음악가들이 녹음한 음악 때문에 음악가들이 일터에서 쫓겨난 비극적 아이러니인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 등 광역지자체들은 문화예술 종사자를 대상으로 공공 일자리를 만들어 수천 명을 문화예술단체에 파견하거나 온라인 공연작품 제작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반년 여 동안 수입이 거의 끊어진 공연예술가들을 실질적으로 돕는 데는 역부족일 것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기초생활비 수준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활동해 온 소규모 예술단체들은 한류 예술의 밑거름이다. 코로나19가 완전히 물러가면 이들이 다시 무대에 서서 우리를 위로하고 즐겁게 해 줄 것이다. 지금 이들이 겪는 고통에 우리 정부와 기업을 포함해 우리 사회 전체가 동감하며 실질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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