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자문위원
![[최공필 칼럼] 개방·경쟁 없인 디지털강국 없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007/2020072102102269061001[1].jpg "[최공필 칼럼] 개방·경쟁 없인 디지털강국 없다")
그러나 정작 이 모든 것을 구현해 내는 디지털 플랫폼은 그 자체가 또 다른 중앙화의 위험을 안고 있다. 보안과 편리성의 상충관계도 개인정보 보호문제와 얽혀져 여러 갈래로 진전되고 있다. 탈중앙화속에서 또 다른 중앙화의 위험을 안고 있는 디지털 전환과정의 균형을 과연 누가 어떻게 유지해나갈지 관건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그동안 폐쇄적으로 지켜졌던 국경간 지불결제 분야에도 최근 G20과 FSB의 주도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존 거래은행 중심의 스위프트(Swift) 방식은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제개혁의 과정에서도 기존 레거시 체제의 그립은 여전하다. 가능성 위주로 전개되는 민간들의 대안제시가 무색할 정도로 더욱 강력해진 기존 체제의 대응은 디지털 혁명의 미래 모습이 뜻밖의 방향으로 흐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의 독점영역이었던 화폐 분야에서도 중앙은행의 CBDC외에도 각종 디지털 자산을 제도권으로 수용하려는 STO(security token offering), 리브라(Libra)까지 가세한 다양한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 그리고 전반적인 자산 토큰화에 빅텍이 가세하면서 빠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앞으로의 자금흐름은 노선과 정거장이 정해진 기차에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우버택시같이 변모할 것이다.
이와같이 변화의 주도권이 점차 기술역량이 갖춰진 새로운 기득권으로 넘어가면서 집중과 독점의 지배구조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지향적 기술과 과거지향적 지배구조의 상충되는 모습은 금융의 핵심인 담보 분야에서도 답습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각한 담보부족 현상을 경험했지만 여전히 인정되는 담보의 범위는 제한적이다.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금융시스템으로서의 달러체제에 대한 한계가 드러나면서 금융안정을 위해 풀린 과잉유동성은 금이나 실물자산에 대한 수요증가로 현실화되고 있다. 핵심적 문제가 현 신뢰주체의 지배구조인데 여전히 조정부담은 일반 시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의 대명제를 주도한다는 이유 때문에 경제활동에서 배제되기 시작한 대중이나 신흥시장의 시민들은 일방적으로 조율된 선택을 따를 수 밖에 없다. '포용적 성장'은 기득권의 주도를 전제로만 강조되는 정책목표일 뿐이다.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에서의 참여가 우리 개개인의 일방적인 정보제공라는 형태로만 가능해진다면 섣부른 디지털 전환의 명분은 찾기 어렵다.
이제 우리나라는 디지털 혁명의 성공을 위한 제반 요소가 드물게 갖추어진 국가로 발돋움했다. 그런데도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미 익숙해진 '추종자의 제약' 때문이다. 기존의 영역을 넘어서 가치창출의 큰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창조적 파괴 정신이 존중되어야하지만 현실은 기존 관리모드의 인식체계로 날개를 펴기도 힘들다.
실제 지불결제 분야에서 보인 우리나라의 괄목할만한 성과는 세계적으로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 플랫폼 경제에서의 일부 핵심적 경쟁 요소는 이미 확보하고 있다. 엄청난 디지털 역량을 세계로 확산시키려면 무게중심을 국가차원의 전략보다 시장기반 민간주체의 세계 진출로 이동해야 한다. 플랫폼 경제에서 성공하려면 대중들이 눈치보지않고 나설수 있는 개방 경쟁환경이 핵심이다.
초연결사회에서 시장불안 요소는 자발적 자율규제와 협업체계를 통해 집단적으로 걸러져야 한다. 공공부문은 기관 위주의 시각으로 단절된 생태계를 최대한 대중의 참여가 용이한 개방 플랫폼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또한 독점화 위험을 관리하고 지배구조상의 변화까지 포함한 디지털 전환이 가능하려면 개발에 앞서 AI 글로벌 표준이나 가이드라인에 관한 범세계적 합의가 요구된다.
디지털 시대의 힘은 개방성과 공정성, 그리고 일관성에 관한 공감대를 통해 구축되는 글로벌 신뢰토대이다. 이러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대중의 역량이 디지털 강국의 전제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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