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정부가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부동산 전쟁을 본격화했다. 내년부터 다주택자와 법인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해 5년간 4조원 이상 세수를 더 확보하기로 하면서다. 다주택자와 법인 등 일부 계층을 타깃으로 했다지만, 1주택자라도 30억원 이상 고가 주택을 짧은 기간 보유할 경우 세금이 큰 폭으로 오른다. 집을 가지고 있던지, 팔던지 현재보다 세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22일 정부가 발표한 '2020년 세법개정안'은 주택보유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이 포함됐다. 이는 작년 12월 16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전화 방안, 올해 6월 17일과 7월 10일 내놓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 등을 모두 담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다주택을 유지하고 세금을 더 걷자는 게 아니라, 다주택 보유를 줄이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사실상 이번 대책이 법인 보유 주택 등 다주택을 겨냥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실제 개정안을 보면 다주택자들에 대한 세율이 대폭 오른다. 개인 보유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율의 경우 3주택 이상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최대 2.8%p(포인트) 오른다. 3억원 이하(0.6%p), 3억~6억원(0.7%p), 6억~12억원(0.9%p), 12억~50억원(1.8%p), 50억~94억원(2.5%p), 94억원 초과(2.8%p) 등이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세부담 상한도 200%에서 300%로 높인다. 양도소득세 부담도 높아진다.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2주택자와 3주택자에 각각 기본세율에 더해 10%p, 20%p 물리는 것에서 20%p, 30%p로 상향 조정한다.
법인 보유 주택 역시 마찬가지다. 법인의 주택 양도차익에 대해선 기본 법인세율(10~25%)에 추가 과세되는 세율을 10%에서 20%로 올린다. 법인이 올해 6월 18일 이후 8년 장기 임대등록하는 주택에도 추가세율을 적용한다. 법인이 보유한 주택을 취득하기 위한 권리(조합원입주권, 분양권)에 대해서도 양도 시 추가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당장 내년에만 6655억원(순액법 기준)의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오는 2025년까지 보면 4조원을 넘어선다. 다만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다주택자가 얼마나 집을 내놓을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1년에 그렇다는 것이고, 매년 누적된다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가진 1주택자 역시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종부세 세율 인상에 따라 1주택자 역시 과세표준 구간별로 세율을 0.1~0.3%p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주택자 종부세 최고세율(과세표준 94억원 초과)은 종전 2.7%에서 3.0%로 오른다.
정부는 1주택자에 대한 세부담이 크지 않다고 해명한다. 서울 소재 아파트 공시가격이 올해 31억원에서 내년 34억원으로 오른다고 가정했을 때 주택을 10년 간 보유한 65세의 1세대 1주택자 A씨의 종부세는 올해 756만원에서 내년 882만원으로 126만원 오른다. 반면 주택을 3년간 보유한 58세의 1세대 1주택자 B씨의 세부담은 올해 1892만원에서 내년 2940만원으로 1048만원 늘어난다. A씨는 장기보유·고령자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때문이라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