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자력발전 폐기물 처리 등
'님비' 현상 원전 미래 가로막아
2029년부터 한빛·한울·고리원전
줄줄이 포화 앞두고 비상사태
'님비' 현상 원전 미래 가로막아
2029년부터 한빛·한울·고리원전
줄줄이 포화 앞두고 비상사태
원자력발전의 미래를 가로 막는 것은 단순히 '탈원전 정책' 뿐이 아니다. 원자력 폐기물의 처리를 꺼리는 지역 '님비'(Not In My Back Yard) 현상도 큰 몫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주월성원자력발전소다.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임시저장시설(맥스터)이 포화돼 자칫 가동 중단 위기에 처했다. 이 발전소는 대구·경북지역 전력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 맥스터가 이번 8월 중 증설되지 않으면 현존 맥스터는 2022년 3월 포화돼 월성원자력발전소는 가동을 중단할 처지였다.
5일 정부와 사용후핵연료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재검토위)에 따르면 다행히 지역 주민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8월 중 추가 건설에 들어가게 됐다. 건설기간을 감안한 '데드라인'은 이번 8월이었다. 데드라인에 맞춰 증설이 결정되면서 '원전 폐쇄' 위기는 면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월성원자력발전소는 한 예일뿐이다. 오는 2029년부터 한빛·한울·고리원전이 줄줄이 포화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 사용후핵연료 처리 논의는 이제 드디어 본격화하는 것이다.
원전을 가동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는 쉽게 말하면 핵폐기물이다. 사용후핵연료는 방사능 농도에 따라 중·저준위 또는 고준위로 나뉘는데,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대표적인 고준위 핵폐기물에 해당한다. 원자로에서 꺼낸 뜨거운 사용후핵연료는 냉각을 거쳐 열과 방사능이 자연적으로 떨어질 때까지 특수시설에서 보관해야 한다.
어느 정도 냉각이 된 사용후핵연료를 건식으로 저장하는 특수시설이 바로 맥스터와 캐니스터다. 보통 맥스터·캐니스터에서 40~60년간 보관한 뒤 땅속에 묻거나 재처리를 하는 방식으로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게 되는데,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 처리시설이 없어 모두 원전 부지 내 맥스터·캐니스터에 임시 보관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공간이 없으면 원전을 가동할 수 없기 때문에 충분한 저장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월성원전의 경우 캐니스터는 이미 다 찼고, 맥스터도 2022년 3월이면 가득 차기 때문에 공론화를 통해 증설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문제는 가동중단 위기를 맞은 게 월성원전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영광 한빛원전은 2029년, 울진 한울원전은 2030년, 부산 고리원전은 2031년이면 포화할 전망이다. 중수로형인 월성원전과 달리 한빛·고리·한울원전은 경수로형이어서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을 따로 만들지 않고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수조에 습식으로 보관하고 있다.
특히 고리원전은 탈원전 정책으로 2017년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를 해체하는 문제까지 겹쳐 상황이 더 시급하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도 늘려야 하는 데다, 원전을 해체할 때 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분할지도 논의 대상이 됐다. 정부는 고리 1호기 해체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은 포함하지 않았다.
전 세계 원전을 가동하는 30개국 중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수립한 국가는 총 12개국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나라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은 매번 제기되지만, 아직까지 정부는 관망만 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인 문제인만큼 충분한 공론화를 거쳐 선진국의 정책을 참고해 결정하겠다는 것인데, 국내 원전이 줄줄이 가동중단 위기를 앞둔 상황에서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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