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공공 재건축' 혼선 논란
"많은 논의 거친 방안" 진화 나서
과거 그린벨트 문제 혼란만 키워
"땜질정책 조율 권한 상실" 지적
"많은 논의 거친 방안" 진화 나서
과거 그린벨트 문제 혼란만 키워
"땜질정책 조율 권한 상실" 지적
홍남기(사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잇단 부동산 대책 발표 과정에서 존재감을 상실하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를 두고 공개적으로 국토교통부와 이견차를 보인 데 이어 서울시와도 공공재건축에서 '엇박자'를 내면서다. 결론만 놓고 보면 홍 부총리의 의도와 관계없이 그가 뱉었던 발언들 일부는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거짓이 되어 버렸다.
홍 부총리는 5일 '제1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어제 발표된 공급대책 중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은 기재부, 국토부, 서울시 간에 많은 논의를 거쳐 마련된 방안"이라며 "서울시와 실무적으로 다른 의견이 있었던 것처럼 비춰졌으나, 이견이나 혼선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고 밝혔다. 바로 전날인 4일 정부가 내놓은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의 핵심인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 추진을 놓고 발표 당일 서울시와 이견차를 보인다는 지적에 재차 수습에 나선 것이다.
홍 부총리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직접 발표했다. 여기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도 함께했다. 하지만 발표 이후 서울시는 자체 브리핑을 열어 재건축은 '민간'의 영역으로 '공공'이 될 수 없다고 반박한 데 이어 최대 '35층룰' 입장을 고수하며 대책을 무력화하는 듯한 뉘앙스를 흘렸다. 대책 발표를 맡았던 홍 부총리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양치기 소년'이 된 셈이다.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다시 설명자료를 내 "정부와 서울시 간 이견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쉽사리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 관련해서는 홍 부총리의 의견이 아예 묵살되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14일 YTN방송에 출연해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같은 달 10일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며 "그린벨트 해제는 없다"는 기조를 내세웠던 것과 정반대였다. 이에 정부가 본격적으로 그린벨트 해제 논의에 착수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박선호 국토부 제1차관이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린벨트 해제는) 정부 차원에서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며 반박에 나섰다. 당시 부동산 안정화 대책의 '컨트롤 타워'를 자처한 홍 부총리를 부동산 주무부처 차관이 저격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여기에 여당 안에서도 홍 부총리 의견에 반기를 드는 목소리가 나왔고,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그린벨트 해제는 없다고 못을 박기에 이르렀다. 결국 정부는 미래세대를 위해 태릉 외 다른 그린벨트 지역을 보존하기로 했다.
정부 부처의 부동산 정책 '엇박자'에 국민들의 신뢰는 이미 바닥을 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패한 정책이 또 다른 실패한 정책을 만들고 있다"며 "실패한 정책을 덮기 위해 현재 정책을 급조한 것으로, 급하다고 부처, 지자체와 전혀 조율이 되지 않다 보니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홍 부총리가 부동산 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권한도 크게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지자체 입장에선 주민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기존에 세워뒀던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처와 입장이 갈릴 수 있다"며 "부처별 이견차 영향도 없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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